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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쿠팡 동일인, 김범석 아냐” 왜?…공정위 앞에 놓인 과제들

등록 2021-04-29 17:12수정 2021-04-30 02:46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공정위 제공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공정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는 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을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새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로 지정한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지정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결과는 달랐다.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재신 부위원장은 “(쿠팡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는 건 없는지 (검토하기 위해) 전원회의 토의 과제로 올렸다”면서도 “다만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전원회의)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동일인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확정한다. 특히 동일인이 법인이 아닌 자연인인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의 사익편취 조항이 적용된다. 해마다 동일인 지정과 변경에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제껏 대부분의 경우에는 흔히 재벌 총수라 불리는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71곳 중 쿠팡을 포함한 11곳만 법인이 동일인이다.

“김범석이 실질적 지배” 인정했지만…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의 지배력 자체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의장은 미국 쿠팡의 지분 10.2%를 들고 있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76.7%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법인 쿠팡㈜는 미국 쿠팡의, 다른 국내 계열사는 쿠팡㈜의 100% 자회사다. “김범석 의장이 미국 법인 쿠팡(Coupang, Inc.)을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다”는 게 공정위 쪽 설명이다.

그럼에도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은 데는 규제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어느 쪽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든 기업집단의 범위가 바뀌지 않는 탓이다. 관건은 사익편취 규제와 각종 공시 의무인데 이 또한 현재로서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공정위가 확인한 결과 김 의장이나 그의 친족이 소유한 국내 회사가 없어 사익편취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공시 의무와 관련해서도 문제 없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김재신 부위원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이 주요 임원·주주 본인이나 배우자 등과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를 하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래서 (앞으로 그런 사례가 생기면) 저희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이어서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점도 반영됐다. 김 부위원장은 “동일인은 지정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여기에) 누락이나 왜곡이 있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며 “이런 국내법이 외국인 대상으로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권한의 문제는 만만찮은 이슈”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계열사 20곳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논란 계속될 듯…공정위도 “제도 개선”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동일인의 정의를 명시한 조항이 없다. 기업집단을 정의하면서 ‘동일인이 사실상 그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이라는 표현을 썼을 뿐이다. 이제까지는 재벌 그룹의 특성상 총수가 명백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공백으로 인한 문제가 늘어날 수 있다.

쿠팡과 다른 기업들 간 형평성 논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된 자연인을 공정위가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 건이 일종의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공시 의무와 관련해서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국내에서는 혈족 6촌과 인척 4촌까지 모두 동일인 관련자로 보고 규제하지만, 미국에서는 그 범위가 훨씬 좁다.

관심은 동일인 제도의 향방에 쏠린다. 공정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동일인의 정의나 요건부터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 등 제도 전반이 개선의 대상이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재벌 총수가 누구인지 워낙 명백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못 느꼈으나, 최근에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논란이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연 박수지 기자 jay@hani.co.kr

※ 동일인이란?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 또는 법인. 실질적 지배 여부는 공정위가 대상자의 지분율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남용을 방지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따라 동일인의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이 소유한 회사도 계열사로 편입하고 이들의 주식 소유 현황도 함께 신고해야 하는 등 규제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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