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의 상속 방식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속도는 가팔라질 수 있다. 삼성 쪽은 이 회장의 재산 처리 방안이 담겼을 유언장 존재와 공개 여부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2014년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왔다. 이 회장이 사망할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안정적 그룹 경영권 승계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의 합병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큰 분기점이었다. 이 합병으로 제일모직의 지분만 많이 갖고 있던 이 부회장은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합병 전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상당량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합병 이후 삼성의 출자구조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굳어졌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20.76%)이 얼마만큼 이 부회장에게 상속될지도 관심사이다. 상속 규모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현재 삼성생명 지분율은 0.1%도 채 되지 않는다. 또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이 부회장에게 전량 상속되지 않는다면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2대 주주 삼성물산(19.34%)이 최대주주에 올라서면서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일부에선 제시한다. 이럴 경우 삼성물산은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을 추가 취득(최소 보유 지분율 50%)해야 하는 터라 수조원대의 비용이 발생한다.
다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합병 이후 금융지주사 강제 전환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2015년 합병 전엔 제일모직의 총자산(연결기준) 중 절반 이상이 삼성생명이었던 터라 금융지주회사 강제 전환 여지가 컸지만 합병 이후엔 삼성물산 자산에서 차지한 삼성생명 비중은 줄었기 때문이다. ‘총자산 중 금융 자회사 비중 절반 이상’이라는 금융지주회사 강제 전환 요건 중 하나를 이미 회피했다는 뜻이다. 이는 합병으로 삼성전자 지분 일부가 삼성물산의 자산으로 편입된데다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빠르게 몸집을 불렸기 때문이다.
외려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하는 법령 개정이 삼성 지배구조 변화의 주요 변수다. 국회에 상정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총자산 3%가 넘는 계열사 주식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상당량을 팔아야 한다. 23일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총자산의 약 11%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팔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구도로 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팔아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삼성물산은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넘기고 삼성전자에서 받은 돈으로 삼성생명의 주식을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팔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보험업법 개정에 대한 대응으로) 현재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을 받고 있는 지분(최대 5%가량)을 시장에 매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의 주요 의결권 행사에 대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정하고 있는 터라 15% 초과 지분은 매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불씨는 이 회장 지분 상속에 따른 세금 납부 문제도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올해 6월 말 현재 이 회장은 삼성전자(지분율 4.18%)와 삼성에스디에스(0.01%)·삼성물산(2.88%)·삼성생명(20.76%) 등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 평가액은 대략 18조원, 상속세는 10조원 내외에 이른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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