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빈소가 차려졌던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다녀간 취재 기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4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입구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출입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고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장례 기간 삼성서울병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장시간 머무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4일 정관계 인사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지난 10월2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층 로비, 출입구 야외 취재진·방문자는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기 바란다”는 내용의 긴급 재난 문자를 보냈다. 이 전 회장의 빈소를 취재한 기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취재진의 질문에 응했던 정·관계 인사들도 해당 기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게 된 셈이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방대본 지침을 따라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먼저 해당 날짜에 이 전 회장의 빈소를 방문한 원희룡 제주도 지사는 당분간 예정된 모든 일정을 연기하고 자가 격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와 함께 이 전 회장의 빈소를 방문했던 제주도 서울본부 직원 한 명도 함께 진단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같은 날 빈소를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방대본 지침대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5일 아침으로 예정돼 있던 최고위원회의도 취소하기로 했다.
정부 인사들도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당초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가 방대본 지침을 따라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자리를 이석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차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밀접하게 접촉한 것은 아니냐”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10월26일 이후) 김 차장이 대통령에게 밀접하게 대면보고를 하지는 않았다. 5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전 예산안 심사를 위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뒤, 오후 1시께 코로나19 검진을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정부 인사들 가운데 같은 날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은성수 금융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이날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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