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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누진제 개편안 살펴보니…전기 많이 쓰는 가구에 혜택 쏠려

등록 2019-06-03 20:44수정 2019-06-21 19:39

누진제 개편안 3가지 발표

1안은 해마다 작년 방식으로 할인
2안은 3단계 없애 385만가구 혜택
3안 폐지안은 1400만가구 되레 요금↑

한전 추가부담액 약 2500억 추정
정부와 어떻게 분담할지 관건
“수요 늘면 에너지전환과 엇박자”
전깃불로 환한 서울시내 야경.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전깃불로 환한 서울시내 야경.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전기요금 누진제 티에프(TF)가 3일 발표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3가지 개편 초안은, 모두 전력 다소비 가구에 혜택이 집중된다. 특히 ‘누진제 폐지’ 안의 경우 1400만가구의 요금이 도리어 인상된다. 다소비 가구 부담 완화를 위해 생기는 한국전력의 추가 부담액 약 2500억원을 어떻게 분담할지도 관건이다.

주택용 요금 누진제는 1984년 저소득층 보호 목적으로 도입된 뒤 2016년 6단계·11.7배수 요금제를 현행 3단계·3배수 구조로 완화했다. 현행은 200㎾h까지 사용량에는 ㎾h당 93.3원, 다음 400㎾h까지에는 187.9원, 400㎾h 초과 사용량에는 280.6원을 부과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개편안을 논의해온 티에프의 박종배 위원장(건국대 교수)은 “현행 요금제에선 111년 만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8월 전체 가구의 41.3%가 3단계에 진입하는 문제가 있었다. 냉방 전기 사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3가지 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기온이 평년 수준이었던 2017년 7~8월 3단계 가구 비중은 16.3%였다.

■ 전기 많이 쓰는 가구 위해 덜 쓰는 쪽 부담 늘어날 수도

티에프가 내놓은 첫째 안은 지난해 이뤄진 한시적 할인을 매년 시행하는 것이다. 기존 200㎾h까지 요금을 300㎾h까지, 기존 400㎾h까지 요금은 450㎾h까지 적용한다. 2017년 기준 가구당 월평균 9486원의 인하 효과(인하율 17.8%)가 생긴다. 사용량 상위 5%는 1만6천원, 하위 46%는 6천원 인하된다.

둘째 안은 여름에만 3단계를 폐지하고 200㎾h 이상 사용량엔 ㎾h당 187.9원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3단계 가구인 약 385만가구(17%)만 월 1만4217원(할인율 15.4%)의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사용량 하위 83%의 요금은 그대로다.

셋째 안은 전 구간에 ㎾h당 125.5원을 적용하는 것으로, 전력소비량이 적은 하위 1427만가구는 월평균 4361원 인상 효과가 생긴다. 월평균 13만6040원 내는 상위 1% 가구는 4만8610원이나 인하 혜택을 받는데, 월 2만5880원가량 내는 하위 43%는 8110원을 더 내야 한다.

한전 전력데이터 개방포털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8월 서울시 25개구 가구의 평균 전력사용량을 보면, 서초구(463㎾h·7만5794원)와 강남구(435㎾h·6만4780원)의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았다. 가장 적은 곳은 관악구(294㎾h·3만4346원)와 금천구(323㎾h·4만1700원)였다.

■ 한전 재무부담 증가와 피크 수요 증가는 어떻게

개편안이 적용되면 한국전력은 최대 2500억원의 부담을 져야 한다.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해 여름엔 한시 할인에 3611억원이 소요됐다.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누진제 개편 토론회에서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요금 인하가 아니라 재정과 기금(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한 저소득층 직접 지원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공급 정책은 에너지 전환을 지향하면서 수요 정책은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할인이 계속 늘어나면 수요량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에너지전환 등 정책 전반을 넓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용 요금 개편은 산업용 요금 개편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산업용엔 ㎾h당 53.7~68.6원에 불과한 경부하(밤 11시~오전 9시 적용) 요금제가 있어서 심야에 공장 가동이 가능한 대기업에 막대한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원래 경부하 요금은 올리고 최대 부하와 중간 부하 요금은 낮추는 개편을 지난해 중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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