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가 시작하기에 앞서 주총장 앞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연임 여부로 관심이 높았던 대한항공 주주총회는 주주간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이었다. 주총 현장에서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등이 언급되자, 일부 주주는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왜 비판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1호 의안인 ‘2018년 재무제표 승인 건’이 올라오자마자 공방이 벌어졌다. 발언권을 얻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황제경영으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어려움 겪고 있다. 회사 평판은 추락하고 경영실적도 곤두박질쳤다”고 꼬집자, 조 회장의 연임을 찬성하는 주주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주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채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항의했고, 또 다른 주주는 “당신 누구냐”, “그런 얘기는 국회가서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이 채 의원에게 “재무제표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하자, 채 의원은 “안건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의장은 주주의 발언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맞서기도 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을 때도 비슷한 다툼이 이어졌다. 김 부회장이 “대한항공이 기내 면세품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조양호 이사 등이 중간 수수료 챙겨 회사에 196억원 손해를 입혔다. 이사회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했는지 묻는다”고 질의하자, 우 부사장은 “안건과 관련한 내용만 말해달라”며 말을 자르기도 했다. 이에 일부 주주는 발언권을 얻어 “재무제표 안건에 관해 얘기하는데 경영자 비판이 왜 나오고, (조 회장은) 재판 중인데 왜 비판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후 우 부사장이 3호 의안이었던 이사선임 안건을 상정하며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선임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며 표결하지 않고 넘어가자 고성은 극에 달했다. 조 회장의 이사 연임에 반대하며 위임장을 모았던 시민사회단체 등은 “현장에 있는 주주에게 연임 찬반을 묻고 속기록에 남겨야 한다. 찬반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고 외쳤고, 조 회장의 연임 찬성 의견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주주들도 “왜 투표하지 않고 넘어가느냐”, “의장이 (안건을) 자진 철회한 것이냐”며 큰 소리로 묻기도 했다. 이에 우 부사장은 “오늘 현장에 오신 주주의 표 수는 확인됐다. 굳이 투표 진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며 의안을 통과시켰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