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사진 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으면서 앞으로 연매출 300조원에 가까운 삼성그룹을 누가 이끌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을 이끌었던 총수-미래전략실-사장단회의 ‘삼각 편대’는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뒤 영어의 몸이 되거나 해체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7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 2월 쇄신안에서 밝힌 것처럼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른바 ‘옥중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새 기구를 설치하는 등 또다른 쇄신안을 내는 것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마당에 또다른 ‘컨트롤타워’를 만들 경우, 2심을 준비해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단 삼성그룹은 덩치가 큰 삼성전자-물산-생명 등 ‘삼각 체제’를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삼성에스디아이(SDI), 삼성전기, 삼성에스디에스 등 비슷한 업종의 계열사들을 이끄는 소그룹 형태다. 건설부문이 있는 삼성물산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을 이끌고,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이끄는 방식이다.
실제 지난 3월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퇴사한 팀장급 인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핵심 인력들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배치됐다. 삼성전자는 그룹의 대부분 매출을 담당하는 핵심 기업이고, 삼성전자 지분을 쥔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인물은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사장이다.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 출신인 이 사장은 이 부회장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과 신종균 사장 등 대표이사가 반도체와 모바일 등 사업부문을 맡고 있고, 이상훈 사장이 삼성전자와 관련 계열사의 주요한 의사결정 업무를 맡고 있다. 홍보업무를 맡은 이인용 사장도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또 외부에선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사장)도 이 부회장의 신뢰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전에는 차기 실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줄곧 나왔던 이종왕 전 삼성전자 법무실장도 이 부회장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관측도 있다.
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전략실이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남아 있으니 어디선가 모여서 각자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소그룹별로 운용할 수 있고, 예전보다 약화되긴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한 기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에서 “총수 부재로 사업계획 등에 차질이 일어났다면 그 진짜 이유는 언제 다시 복귀할지 모르는 총수의 눈치를 보면서 전문경영진이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사회 및 전문경영진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새로운 지배구조를 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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