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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그룹 컨트롤타워 재구축 ‘옥중경영’ 가능성

등록 2017-08-25 17:08수정 2017-08-25 22:04

불확실성 증폭된 3세 경영승계
승계 위한 소유지배구조 개편 올스톱
그룹 총수로서 리더십·신뢰성에 상처
“이부진 대타설은 가능성 낮아” 분석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삼성뇌물사건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의 3세 경영승계도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됐다. 그동안 빠르게 진행된 경영승계를 위한 소유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사실상 ‘올스톱’ 국면을 맞게 됐다.

시장에서는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의 소유지배구조 개편을 크게 4단계로 분석해왔다. 1단계는 삼성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기초를 놓기 위한 작업으로 2014년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과 2014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2단계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다. 실제 삼성은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에 전환 계획에 대한 사전 검토를 요청했는데, 금융위와 이견을 보이면서 전면 보류됐다. 3단계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작업이고, 4단계는 금융지주와 일반지주를 통합해 삼성 전체를 단일 지주회사체제로 묶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실형을 받으면서 이같은 계획은 적어도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소유·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면서 “앞으로 그 어떤 편법적인 시도도 단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소유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그룹 지배력 확보는 물론 삼성 최고경영자로서 경영 역량을 보여줘 삼성은 물론 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완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삼성 공식 후계자로서의 지위가 당장 흔들릴 가능성은 낮지만, 리더십과 신뢰성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그는 지난 7일 최후진술에서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히면서까지 욕심을 부렸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유죄판결로 그의 호소는 물거품이 됐다. 삼성전자의 한 전직 임원은 “이 부회장이 재판에서 삼성의 ‘사실상 총수’로서의 지위를 부인하는 전략을 내세운 것도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와병 이후 3년간 자신의 역할과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한 꼴이 됐다”면서 “한번도 경영성과에 대해 직접 책임지는 자리를 맡은 적이 없어서 붙은 ‘온실 속 화초’ 별명이 더욱 굳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임박한 것으로 여겨지던 회장 승진을 포함한 공식적인 경영승계를 최소 몇년 뒤로 미룬 채 ‘옥중경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대타설’이 흘러나오지만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에 다시 복귀하는 것은 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 전문경영인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총수없는 삼성’의 새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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