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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고강도 긴축 나선 전경련 부회장의 ‘눈물’

등록 2017-04-10 16:54수정 2017-04-10 19:12

Weconomy | 재계인사이드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임원들이 3월 24일 전경련회관 오키드룸에서 혁신안 발표에 앞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임상혁 전무, 권태신 부회장, 허창수 회장, 배상근 전무. 전경련 제공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임원들이 3월 24일 전경련회관 오키드룸에서 혁신안 발표에 앞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임상혁 전무, 권태신 부회장, 허창수 회장, 배상근 전무. 전경련 제공
‘직원 희망퇴직과 급여 삭감’, ‘복리후생비·직원 활동비 폐지’, ‘사무실 50% 축소와 부서운영비 삭감’

해체 압박을 받아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경유착 근절 등의 혁신안을 내놓은 데 이어 고강도 긴축에 돌입했다. 10일 전경련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2월 말 총회에서 발표한 조직·예산 40% 감축안에 맞춰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인다’는 원칙에 따라 자녀 교육비와 명절 상품권 지급 등 복리후생비 폐지, 직원 활동비 중단, 간부 활동비 삭감 등을 시행했다. 전경련회관 임대수입을 늘리려고 전경련 사무실도 4개 층에서 2개 층으로 50% 줄였다. 부서운영비도 대폭 줄이면서, 홍보팀까지 신문 구독을 끊어 국내 유일한 ‘신문 없는 홍보팀’으로 불리게 됐다.

앞으로 보다 강도 높은 긴축이 진행된다. 직원 희망퇴직과 급여 삭감안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노조에선 “이승철 전 부회장 등 위에서 잘못했는데, 왜 밑의 직원들이 고통을 받느냐”는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전임 상근 부회장을 예우하기 위한 상근고문 자리도 없앨 방침이다. 2월 총회에서 새로 선임된 권태신 부회장은 직원간담회에서 인적 구조조정과 관련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유관기관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전경련의 계열사 격인 자유경제원은 매년 20억원씩 받던 지원금이 끊기면서, 현진권 원장이 사임하는 등 사실상 해체수순에 들어갔다. 전경련회관에 있던 다른 유관기관들도 임대료가 싼 다른 건물로 이사할 예정이다.

예산 40% 축소 따라 복리후생·활동비 폐지
부서운영비 삭감…홍보실 신문구독도 중단
희망퇴직 곧 발표…급여 30% 삭감설 돌아
유관기관 지원 끊겨…자유경제원 해체수순
대선 뒤 추가탈퇴·승인취소 등 2차충격 예고

전경련이 쇄신안과 고강도 긴축을 하고 있지만, 해체 압박을 뚫고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경련의 긴축은 삼성·현대차 등 4대 그룹의 동반 탈퇴로 회비수입이 3분의 1로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전경련은 모자라는 돈을 충당하기 위해 건물 임대료 수입 300억원 가운데 100억원 정도를 전용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하지만 잔류 회원사들의 회비 납부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동국제강의 장세욱 부회장은 최근 “탈퇴는 안 했지만 연간 회비 납부(5억원)는 보류 중”이라고 밝혔다.

전경련 쇄신안에 대한 재계 반응도 미지근하다. 전경련은 중장기적으로 4대 그룹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지만, 재계 안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4대 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전경련이 정경유착 근절과 회계 투명성을 다짐하고 기존 회장단회의를 없앴지만,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의 모임이라는 정체성이 약화한 것은 물론 앞으로 회원사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쇄신안 이행 작업도 난관에 부닥쳤다. 전경련이 이름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기 위해 정관개정을 준비 중인데, 승인권을 가진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선 이전 처리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4대 그룹 동반 탈퇴 사태에 뒤이은 2차 충격파가 몰아닥칠 가능성도 있다. 거취를 저울질하고 있는 회원사들의 추가탈퇴는 물론 야권과 시민단체의 해체 요구에 따라 정부의 사단법인 취소 검토가 예상된다. 그동안 대통령 해외순방 등 민간외교와 각종 정부회의에서 공식파트너 역할을 해오던 위상도 약화할 전망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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