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18일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 ‘정경유착’의 상징이었던 전경련이 환골탈태하기 전까지 삼성이 재가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찬희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법감시위원회 월례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은 과거에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폐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조건이 ‘확실한 쇄신’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경련이) 헌법 119조 1항에 명시된 경제사회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할 의사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정치권력이나 전경련 스스로 확고한 ‘코페르니쿠스 전환(혁명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정식으로 (가입) 요청을 받은 게 없어 오늘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진 않았다”면서도 “준법감시위원을 다양하게 구성한 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준법경영을 철저히 하라는 의지의 표명인 만큼 그에 맞춰 (전경련 재가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경련은 8월말 총회를 열어 단체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변경하고,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하는 안건을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조직 개편에 맞춰 국정농단 이후 탈퇴한 삼성·엘지(LG)·에스케이(SK)·현대차 등 4대 그룹의 재가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경연에 속했던 삼성전자와 에스디아이(SDI)·생명·화재 등 삼성 계열사들은 이사회에서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삼성 계열사 이사회에서 전경련 재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이후 준법감시위의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준법감시위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에 내부 준법 감시 체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2020년 만들어졌다. 삼성전자·물산·에스디아이·전기·에스디에스·생명·화재 등 7개 계열사 준법 감시 역할을 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독립 기구지만, 준법감시위 의견에 반해 업무를 추진하기엔 여론 부담이 커 준법감시위 판단이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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