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미국 뉴욕으로 향한 ㄱ씨는 자신이 탑승한 항공기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탄소시장 플랫폼에 접속해 출발·도착한 공항을 입력하니 항공기가 배출한 대략적인 탄소량이 나왔다. 여행을 하려다 ‘기후악당’이 된 건 아닌지 찜찜했는데 ㄱ씨는 배출한 탄소량만큼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탄소저감활동을 위한 기부를 하기로 했다.
올해 말이면 이같은 가상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탑승객이 참여하는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올해 말부터 운영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기후변화센터와 이같은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고 12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누리집(ESG 페이지)과 이벤트 배너를 통해 기후변화센터가 운영하는 탄소시장 플랫폼 ‘아오라’ 누리집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항공기 탑승객은 ‘아오라’ 누리집에서 자신이 탄 항공기가 배출한 탄소량을 확인하고, 원하는 만큼 탄소배출권(크레딧)을 살 수 있다. 이 크레딧은 기후변화센터에 기부돼 △재생에너지 생산 △열대림 보존사업 등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탄소 감축 사업에 쓰인다.
기후변화센터는 민간 분야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자발적 탄소 시장(VCM·Voluntary Carbon Market)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센터 관계자는 “탄소 저감의 의지를 가진 분들이 식당 등에서 비건 식사를 요청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며 “자신이 얼마나 탄소를 발생시켰는지 인지하는 단계부터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센터 김소희 사무총장과 아시아나항공 박수상 상무가 협약서를 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한 바 있다. 비행기는 탄소배출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021년 항공분야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기는 탄소를 지구 성층권에 직접 배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효과가 증폭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업계는 이미 국외 항공사를 중심으로 탄소 저감을 위한 소비자 선택의 폭을 점차 넓혀가는 추세다. 호주 콴타스항공의 경우, 탑승객이 누리집을 통해 예매할 때 ‘탄소 중립’ 옵션을 추가하면 탄소 상쇄 비용으로 약 2 호주달러를 지불하게끔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항공도 승객이 추가 요금을 내는 ‘이코노미 그린’ 또는 ‘비즈니스 그린’ 좌석을 선택하면. 이를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이나 기후 보호 프로젝트 등에 지원할 수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