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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땐 ‘슬롯 반납’ 우려…구조조정 가능성

등록 2023-06-27 17:46수정 2023-06-28 01:18

2023년 6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무엇을 위한 양대항공사 합병인가?’ 토론회.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제공.
2023년 6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무엇을 위한 양대항공사 합병인가?’ 토론회.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하면 유럽 등 경쟁당국의 조처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슬롯(항공기가 공항에 뜨고 내릴 수 있는 권리) 상당수가 사라질 거라는 추산이 나왔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운항 노선을 유지할 수 있는 슬롯이 사라지면 구조조정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한항공이 경쟁당국의 승인 뿐만 아니라 합병에 따른 노동자들의 일자리 불안도 다독여야 하는 과제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7일 ‘무엇을 위한 양대항공사 합병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두 항공사의 국제선 65개 중복취항 노선 가운데 40개 노선의 약 300개 슬롯을 반납하게 된다”는 추산 결과를 밝혔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노선 점유율 계산과 영국·중국 경쟁당국 결정을 종합해 추정해보니, 장거리(유럽연합, 미주, 터키, 영국, 호주)는 12개 노선 전체의 84개 슬롯을 반납하고, 중단거리(중국, 일본, 동남아)는 53개 노선 중 28개 노선의 200여개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국제선 운항편(943편) 가운데 30%가 중단되는 수준이다. 항공사의 슬롯은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을 의미한다. 각 항공사가 보유하는 무형 자산과 다름없다. 두 항공사 합병을 심사하고 있는 국외 경쟁당국은 두 회사의 합병이 항공산업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일정 수준의 슬롯을 반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통합된 슬롯 가운데 일부를 다른 항공사에게 넘겨 경쟁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는 현재 11개국에서 통과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종료됐다. 심사가 진행 중인 곳은 미국·유럽연합·일본 3곳만 남았다.

정원섭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실장은 “승객이 선호하는 시간대의 슬롯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항공사의 매우 큰 자산이다. 슬롯이 한 번 넘어가면 슬롯 소유를 바꾸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슬롯을 넘겨받은 외항사들이 내놓을리 만무하기 때문”고 지적했다. 이어 “남아있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세 곳도 중국이나 영국 수준으로 슬롯 반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장거리 노선 전부와 중단거리 알짜노선들에서는 아시아나 항공길이 폐쇄되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인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인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쪽은 상당수 슬롯을 반납하면 여기에 투입되던 항공기와 인력의 구조조정도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심규덕 아시아나 노조위원장은 “아시아나 항공기 한 대당 100~15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슬롯 반납으로 10대 정도의 항공기가 줄어들면 1천~1500명의 유휴인력이 생긴다. 그 인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야기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두 항공사의 직원(2022년 기준)은 모두 2만9천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협력사, 하청회사까지 고려하면 3만5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기업 결합의 영향 아래 놓여있다고 노동조합은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 뒤) 신규 항공사에 대한 슬롯 제공은 기존 경쟁환경 복원을 위한 시정조치의 일환”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후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양사 통합으로 중복되는 간접인력은 1천여명 수준으로 매년 발생하는 정년 사직 등 자연감소를 고려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부문별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인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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