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각) 누리집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공개하며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유럽경제권(EEA)과 한국 간 여객·화물 항공 운송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예비 견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를 보면, 집행위원회는 1단계 심사보고서의 내용과 같이 여객은 ‘인천-프랑크푸르트(독일), 파리(프랑스), 바르셀로나(스페인), 로마(이탈리아)’ 4개 노선에서, 화물은 ‘한국-유럽 전역’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재확인 했다.

아울러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이 노선들에서 여객이나 화물에서 가장 큰 운송회사가 될 것이고 합병은 고객들을 위한 중요한 대안을 제거할 수 있다”며 “다른 경쟁업체들은 규제와 기타 서비스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합병된 기업에 경쟁압력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 합병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상승하거나 여객과 항공 운송 서비스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시정조치 협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심사를 모두 14개 나라 경쟁당국에 요청한 바 있다. 이 중 베트남·중국·한국 등 11개 나라 심사는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3개국 심사만 남겨 놓고 있는 터였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의 승인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유럽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나머지 국가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유럽 당국의 최종 결정은 8월로 예정돼 있다.

대한항공은 유럽 당국의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어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중간심사 보고서 발표는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따른 통상적인 절차”라며 “정해진 절차에 의해 중간심사보고서를 발부하되, 대한항공과의 시정조치 협의 또한 지속하겠다는 게 유럽 당국의 입장임을 참고해달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어 “중간심사보고서에 포함된 경쟁당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를 제출하고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논의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