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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재계, ‘노란봉투법’ 취지 인정 대법 판결에 반발…“불법행위 조장”

등록 2023-06-15 18:39수정 2023-06-15 20:22

전경련·경총·대한상의 잇따라 입장문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전경련 제공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전경련 제공

재계는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노동자에게 물을 때 손해배상 발생 기여도를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 수단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노동조합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때 주체별로 책임 정도를 제한하도록 한 내용이 담긴 이른바 ‘노란봉투법’ 제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내용과 쟁점이 유사한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사법부를 정치에 팔아넘긴 대법관”이라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경제단체들은 15일 판결에 반발하는 입장문을 잇달아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대법원 판결은 불법쟁의의 손해배상에 대해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향후 개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기업) 보호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산업 현장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의 직접적 당사자인 현대차 쪽도 공식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 파기환송심에서 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쪽은 증명 책임 부담이 커져 불만이다. 기존에는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산정한 뒤 일일이 손해비율을 가리지 않고 노조나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이번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와 정도, 손해 발생 기여도를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송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개별 사람들이 어떻게 (쟁의행위에) 개입했는지 일일이 가려야 하는데, 입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노조가 재산이 없을 경우에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단체들은 아울러 대법원 판결과 ‘닮은꼴’이라는 ‘노란봉투법’ 입법에 탄력이 붙을까 우려한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귀책사유 등에 따라 개별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로, 이달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노란봉투법 입법도 힘을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노조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을 파기환송하며, 사측이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노동자에게 물을 때 노동자의 불법 행위 정도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법원은 함께 저지른 불법행위이니 다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봤다. 이 때문에 기업이 손해액 전체를 소수에게 몰아주는 등 노조파괴용으로 소송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주체별로 책임 정도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추진됐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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