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6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화는 유럽연합(EU) 등 외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모두 끝나 이제 한국 공정위의 판단만 남았다며 눈을 흘기고 있고, 공정위는 두 기업 결합이 군함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충분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3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주식 취득과 관련해 심사경과를 설명하는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도중 진행 과정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이 23년 만에 민영화되는데 공정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부랴부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공정위는 한화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 함정 부문의 수직 계열화 이슈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복수의 사업자들이 정보 접근 차별 등 함정 부문 경쟁 제한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며 “함정 부품 시장에서 한화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함정 시장에서의 경쟁사를 봉쇄할 가능성에 대한 집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정 부품 기술 정보가 경쟁사들에게 차별적으로 제공될 경우 합정 입찰에서 기술평가나 제안서 평가에서 현대중공업 등 다른 경쟁사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사들에게 차별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함정 입찰때 가격 경쟁에서 경쟁사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공정위는 심사가 다른 나라보다 늦어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는 입장이다. 이들 회사의 합병이 해외 방산 기업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경쟁 당국의 심사가 상대적으로 빨랐다는 것이다.
앞서 유럽연합 경쟁당국은 지난달 31일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기업결합 심사 대상 7개 국가 중에는 튀르키예가 지난 2월 처음으로 두 회사의 결합을 승인한 뒤, 3월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도 승인했다. 영국은 심의서 제출 이후 문제가 없으면 심사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사실상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한화는 공정위 설명에 대해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한화는 기업 결합 승인이 빨리 이뤄져야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와 투자가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시정방안을 제출하라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 방산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경쟁제한의 우려가 없다. 공정위가 심사를 지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모두 2조원을 조달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을 사들이기로 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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