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모습. 연합뉴스
삼성그룹은 조선업에 지속해서 투자할 의지가 있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체제 출범 뒤 조선업계 관심이 삼성중공업에 쏠리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꼽히던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안기면서 다음 구조조정 대상은 삼성중공업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인터라 오너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중공업 역시 그간 대우조선에 가려 입길에 크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룹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대우조선과 유사한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가 지속돼왔다.
13일 삼성중공업 전직 임원 ㄱ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망하지 않게 도와는 주겠지만 스스로 잘 생존해보라’는 식의 태도를 유지해온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리자급 직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는 조선업 전문가 ㄴ씨는 “직원들이 그룹에서 자신의 회사를 철공소 취급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조선업을) 제대로 키울 생각이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삼성그룹 쪽의 삼성중공업 지원은 유상증자 참여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6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삼성중공업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15.23%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20.85%에 이른다. 그룹 차원의 지원은 거기서 그쳤다. 추가 투자나 신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 지원 의지를 보여준 적은 없다.
삼성중공업 전직 임원 ㄷ씨는 “과거엔 그룹에서 근무했던 임원이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로 왔는데, 2013년께부터는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임원을 선임하는데, 대표이사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그룹 내 계열사 위치가 결정된다. 조선업에 대한 그룹의 의지가 크지 않다고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이 거제조선소를 찾은 건 2015년이 마지막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8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MLCC 원료 제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중공업은 1974년 8월 설립돼 그룹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16년 조선·해양플랜트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조 단위 적자를 기록했고, 지금까지 7년째 손실을 내고 있다. 반도체·바이오·정보통신(IT) 등 삼성그룹의 주력 산업과 조선업의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삼성은 방산과 화학 사업을 각각 한화와 롯데그룹에 매각해 그룹의 방향성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조선업을 하던 가와사키·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조선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 많이 줄었다”며 “다른 사업이 잘되고 있으니, 시황 변동도 크고 적자도 많이 보며 리스크가 큰 조선업을 소극적으로 대하는 건 어쩌면 기업의 당연한 생리”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향후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 시황이 살아나면서 향후 3∼4년 동안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불황이 오면 다시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분석가는 “현재 마땅한 매각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삼성중공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이 물밑으로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고 진행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 ㄴ씨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삼성과 한화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중공업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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