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1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한항공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면서 승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상당수 여객용 항공기를 놀리면서 정비와 운항 관련 승무원 훈련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명 피해가 없다고 경미한 사고 취급하며 우습게 여겼다가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0일 밤 인천공항을 출발해 호주 시드니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엔진 이상으로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대한항공 승객 쪽에서 보면, 지난 여름 이후에만 네번째 사고다. 앞서 지난 7월10일에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운항 중 엔진 결함 메시지 발생으로 아제르바이젠 바쿠공항에 긴급 착륙했다. 9월22일에는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대한항공 비행기가 이륙 준비 중 착륙 중인 다른 항공기와 접촉하는 사고가 있었다. 10월23일에는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동체가 크게 파손되고 승객과 승무원들이 비상탈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드니행 여객기(A330-300) 회항 사고와 관련해 “기계 부품과 관련해 문제 발생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다만,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31일 현재 시드니행 항공기 회항 사고 건은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 주관으로 상황 파악과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 건은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안전과가 전담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자체적으로 사고 원인 조사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 설명에 따르면, 시드니로 출발했다가 회항한 여객기는 2001년 10월 등록된 기종으로, 올해 기령 21년이다. 국토부가 노후 비행기로 분류하는 기령 기준 20년을 넘는다. 아제르바이젠 바쿠공항에 비상 착륙한 항공기는 2011년 도입돼 기령이 11년이다. 대한항공은 “노후 기령 기준은 국토부의 권고사항일 뿐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며 “회항한 시드니행 여객기의 경우, 기령은 21년이지만, 엔진은 2018년 10월 새로 설치됐다”고 밝혔다.
당연히 승객들은 불안해하고, 회사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승객은 대한항공 항공기 사고를 전하는 기사 댓글에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동안 항공기) 관리·정비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고 적었다. 정비 쪽 일을 하는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한겨레>에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회항이나 기체 고장 사례가 있긴 했다”면서도 “다만, 최근 사고가 잦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규정을 준수하고, 혹시 조종사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회사나 노조로 문의해 대처방법을 찾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일상회복에 따라 재운항 노선과 운항 편수가 갑자기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대한항공이 안전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세종 한서대 교수(항공기계정비학과)는 “승객 쪽에서는 불편할 수 있지만, 안전을 고려하는 항공사로서는 때로는 회항이 최선일 수 있다. 다만, 대형 사고가 나기 전 수십 차례 경미한 사고나 징후가 나타나는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하면, 대한항공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고들을 철저히 조사해 재발과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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