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에이아르엠(ARM)의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1일 방한했지만, 에스케이(SK)하이닉스 쪽과는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 회장은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저녁 식사를 했다. 삼성전자와만 협력 방안을 추진하거나 ‘빈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스케이하이닉스 관계자는 5일 “손 회장과 만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손 회장이 3년 만에 한국을 찾으면서 박정호 에스케이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 3월 밝힌 에이아르엠 인수 의사가 새삼 주목받았지만, 손 회장과 회동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인수 또는 협력 가능성도 낮아졌다.
애초 소프트뱅크는 2020년 엔디비아에 에이아르엠을 매각하려다 올 초 독과점 문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경쟁당국이 불허해 실패했다. 이 때문에 한 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아닌 여러 기업의 지분 참여 등과 같은 협력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그 대상으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인텔 등이 거론됐다.
이에 앞서 손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을 지난 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코퍼리트클럽(corporate club)에서 만났다. 삼성전자 노태문 엠엑스(MX)부문장(사장)과 에이아르엠 르네 하스 최고경영자(CEO)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 쪽은 손 회장의 방한 전에 “(손 회장이) 삼성 쪽과 에이아르엠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논의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도 지난달 해외 출장 뒤 귀국하며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오면 그런(에이아르엠 관련) 제안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에이아르엠과 관련한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삼성전자 쪽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에이아르엠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설계자산(IP)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의 경우 90%가 에이아르엠의 설계자산을 이용해 생산되고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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