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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원가 출렁일 때 납품가 찔끔…고통은 왜 중기만의 몫인가”

등록 2022-07-13 07:00수정 2022-07-13 11:32

원·부자재에 접착제값까지 2배로
정부·건설사에 호소문 보낸 뒤에야
납품가에 상승분 50~60% 반영

“올리긴 어렵고 내리긴 쉬운 납품가
연동제, 만병통치약 아니지만
거래원칙 있어야 따질 근거도 생겨”
국제적인 원자재 대란으로 전체 건설자재 중 절반이 넘는 품목의 가격이 작년보다 10% 이상 비싸지며 국내 건설 경기에도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제적인 원자재 대란으로 전체 건설자재 중 절반이 넘는 품목의 가격이 작년보다 10% 이상 비싸지며 국내 건설 경기에도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경기도 부천에 있는 대원씨엠씨는 창호 제작·설치 공사를 주업으로 삼고 있다. 금속제 창이나 알루미늄 창을 만들어 건설 현장에서 조립 설치하는 일이다. 원자재값이 출렁일 때마다 직격을 당하는 영역이다.

대원씨엠씨의 주요 원자재인 알루미늄 값은 지난해에 비해 두배가량 비싸다고 한다. 유병조 대표는 지난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작년에 1㎏에 3천원 하던 알루미늄값이 올해 들어선 6200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부자재인 스틸파이프 값 또한 ㎏당 700원에서 1600원으로, 접착제 구실을 하는 실런트 값은 300㎖짜리 한 통에 2천원에서 5천원으로 올랐다고 했다.

유 대표는 “100원 수금하면 60원이 자재비, 30원은 인건비, 기타 경비 10원꼴인데, 60원(자재비)이 120원으로 된 셈”이라고 했다. 그는 “(납품받는) 건설사 쪽에서 (납품가를) 한 푼도 안 올린 건 아니고 자재비가 오른 것을 일부 반영해줬지만, 50~60% 정도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관련 업계 대표 단체에서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와 건설사 대표들에게 호소문을 띄워 여론을 일으킨 결과였다.

대원씨엠씨 같은 창호 업체들을 아우르고 있는 한국창호커튼월협회는 “원·부자재 가격 폭등에도 납품가는 그대로여서 경영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며 지난달 “전국 건설 현장 300곳에서 일제히 ‘공사 중단’(셧다운)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하기까지 했다. 유 대표는 “호소문을 낸 뒤 건설사에서 (납품가에) 일부 반영해줘 겨우 연명하고 있다”며 “그게 아니었다면 업계 70~80%는 부도를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원자재값 흐름이 지금은 달라져 있다. 일부 원자재값은 급락세로 반전됐다. 하지만 이 또한 중소기업 쪽에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다. 홍성규 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자재비가 올라갈 때만 힘든 게 아니라 갑자기 내려갈 때도 문제”라고 했다. 비쌀 때 사둔 재고가 있기 때문이다. 홍 이사장은 충북 음성군에 터 잡은 전선 제조업체 진영전선을 운영하고 있다. 와이어 상태의 구리·알루미늄과 절연 피복재인 콤파운드를 들여와 600볼트(V)짜리를 비롯한 각종 전선을 만들어 관공서, 건설사, 일반 유통회사들에 납품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자재비가) 올라갈 때는 (납품가를) 제때 올려주지 않고, 내려갈 땐 무조건 바로 깎으라 한다”며 “(원자재값이) 서서히 오르내리면 적응할 수 있겠는데, 갑자기 등락하니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값 상승은 중소기업계 전반에 가장 큰 경영 난제로 꼽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경영 애로 및 하반기 경기전망조사’를 보면, ‘상반기에 겪은 애로 요인’으로 원자재값 상승(6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내수 부진(35.2%)이나 인력 수급난(29.8%), 금리 상승(25.2%), 최저임금 상승(22.8%)에 견줘 압도적으로 높다. 하반기에 예상되는 애로 요인으로도 원자재값 상승이 58.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원자재값 상승이 납품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데 따른 불만은 해묵은 숙제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요구로 이어졌고, 국회에서 이를 받아들여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국민의힘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지난달 당론으로 발의했고,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내용의 상생협력법·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어 법제화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기업 중심의 재계 쪽에선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납품단가 연동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시도를 무산시키는 데 동원했던 논리와 같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면 원청인 대기업들이 조달처를 국외로 돌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어, 중소기업 쪽에서 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중소기업 쪽도 납품단가 연동제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다만, 공정한 거래 원칙을 세우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홍성규 이사장은 “납품단가 연동제라는 룰(원칙)을 만들어 두면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고, 나중에라도 따질 수 있는 근거는 갖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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