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ㄱ씨는 은행에서 날아온 이달 대출 원리금 청구 문자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출이자가 지난달 4만6천원에서 이달 7만3천원가량으로 60% 넘게 늘어서다. ㄱ씨는 지난해 연이율 2.7%로 소상공인 대출 2천만원을 받았는데, 이번 달 은행이 통보한 금리가 4.58%로 1.88%포인트 올랐다. ㄱ씨는 “아침부터 열불이 난다”고 했다.
물가 급등과 이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불어나고 있다. 고물가로 임대료와 운영비용까지 늘어나는 터라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7년 가까이 지속된 저금리에 익숙한 터라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프집 사장들이 모인 전국호프연합회 이창호 대표는 “기업은행에서 정부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로 3000만원을 빌리는 데 이자가 한 달에 3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거의 6만원 가까이로 이자가 올랐다”며 “문제는 물가 상승으로 임대료나 인건비, 식자재 비용 등 모든 게 다 올랐다는 거다. 이자만 오르면 어떻게든 감당해보겠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비용이 올랐고 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다른 가게와 경쟁 때문에 판매가를 바로 올릴 수도 없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2022년 3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천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40.3% 증가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월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대출 금리가 연 0.25%포인트 오를 때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1조6천억원(2021년 말 변동금리 비중을 70.2%로 추정) 늘어난다. 지난 9개월 간 기준금리가 1.25%포인트 오른 데 따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최소 8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은행들은 금리 상승이 대출자의 상환 능력에 악영향을 줄 위험을 고려해 가산금리마저 높이고 있다. 가산금리까지 감안하면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액은 더 크게 늘어난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금융지원조치 종료시점(2022년 9월)도 다가옴에 따라,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복수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높아 특정 대출이 부실해질 경우 업권간 부실전염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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