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현 부회장. 연합뉴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요청한 이사 교체 및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이로써 구지은 현 대표이사(부회장) 경영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아워홈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구 전 부회장이 낸 안건이 출석 주주 과반수 이상의 반대로 부결 처리됐다.
구 전 부회장은 앞서 구지은 현 이사 등 21명을 해임하고 본인을 포함한 새 이사 48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내고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했다. 아워홈 쪽이 이를 거부하자, 구 전 부회장 쪽은 법원에 임시 주총 허가를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이날 임시 주총이 열렸다.
구 전 부회장 쪽은 이사진 교체 요구에 대해 “지분 매각을 위한 회사 실사에 아워홈 쪽이 협조하지 않아 새 이사진을 선임한 뒤 지분 매각을 원활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주장했는데, 업계에선 구 전 부회장이 경영 복귀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해 6월 여동생 3명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패해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당시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하차한 운전자를 차로 치는 등의 행위를 해 물의를 빚은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후 최근 구 전 부회장은 장녀 미현씨와 함께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아워홈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에서 이사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이사 교체 안건이 부결되면서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아워홈 핵심 관계자는 “이날 임시 주총에 구 전 부회장 쪽은 대리인을 보냈고, 구미현씨 쪽에서는 아무도 출석을 하지 않아 주총은 짧게 마무리됐다”며 “최근 법원이 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 편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최근 이 합의문의 효력을 인정했으며, 미현씨가 이를 어기고 구 전 부회장의 편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구명진·지은씨에게 위약금 300억원을 물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아워홈은 창립자인 고 구자학 회장의 1남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소유한 회사로, 장남 구 전 부회장이 지분 38.6%를 갖고 있고, 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5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워홈 핵심 관계자는 “법원 결정에 따라 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 쪽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해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셈”이라며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가 앞으로도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어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지만, 회사 규정에 지분 매각 시 이사회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는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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