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왼쪽)과 막내딸 구지은 현 부회장. 연합뉴스
창업자(구자학 전 회장)의 막내딸 구지은 부회장이 이끄는 식자재 유통·급식 전문 기업 아워홈이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또다시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아워홈 노조가 성명을 내어 구 전 부회장 쪽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노조가 현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 힘을 싣고 나서면서 앞으로 아워홈 ‘남매의 난’이 어떻게 결론 날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노총 전국 식품산업연맹노동조합 소속 아워홈 노조(위원장 장덕우)는 28일 성명을 발표해, 구본성 전 회장 쪽이 촉발한 경영권 분쟁 사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구본성 전 회장의 경영 참여로 인해 회사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으며,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가 급격히 악화한 바 있다”며 “(2020년 첫 적자가 났음에도) 오너 일가가 700억 이상의 배당금을 가져가고 올해도 1000억원 이상의 배당을 요구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를 살릴 방안을 찾는 것이 경영진의 책무임에도 그 해 9월 보복운전으로 회사와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며 “앞으로도 회사의 경영 안전을 뒤흔드는 사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임 시절의 무능과 비도덕성을 이유로 사실상 구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시도를 반대한 것이다.
노조의 이번 성명은 지난해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에게 밀려 해임됐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최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하고, 장녀 구미현씨가 이에 동참하면서 빚어진 경영권 분쟁 사태를 둘러싼 아워홈 1만여 직원의 우려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워홈이 이렇게 계속해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는 것은 창립자 구자학 전 회장의 1남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소유한 구조 탓이다. 아워홈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로 1대 주주이며, 장녀 구미현(19.28%), 차녀 구명진(19.6%), 삼녀 구지은(20.67%) 등 세 자매가 나머지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남매들 간의 합종연횡에 따라 언제든지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2017년 경영권을 두고 ‘1차 남매의 난’이 벌어졌을 때는 장녀 구미현씨의 지지를 얻은 구본성 당시 부회장이 승리해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지난해 ‘2차 남매의 난’ 때는 구미현씨가 막내 동생 구지은씨의 편에 섰다. 그 결과 구 전 부회장이 해임되고 구지은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하차한 운전자를 차로 치는 등의 행위를 해 물의를 빚은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구 전 부회장은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6월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이어 올해 2월 아워홈으로부터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경찰의 수사도 받고 있다.
이렇게 아워홈 ‘남매의 난’은 구지은 부회장의 승리로 정리가 되는 듯 했으나, 지난 13일 구 전 부회장이 사모펀드를 앞세워 “장녀 구미현씨와 함께 아워홈 보유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3차 ‘남매의 난’이 재점화됐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의 지분을 합하면 58.62%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따라서 이 지분을 전량 확보하면 아워홈의 경영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회사 고위관계자는 “구미현씨가 지난해 2차 남매의 난 때와 달리 오빠 편을 들고 나선 것은 구 전 회장이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요구한 1000억원대의 배당 요구에 대해 구지은 부회장이 거부하며 무배당을 결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추측했다. 배당을 받지 못한 구미현씨가 오빠인 구 전 부회장 쪽에 서 자신이 가진 지분의 값어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매각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 쪽은 또한 아워홈에 새 이사 48명을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도 요구했다. 구 전 회장 쪽은 “지분 매각 과정에서 회사 쪽의 협조를 얻지 못해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워홈의 기업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사가 필요하기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해 중립적인 이사진 구성을 위한 주총 소집을 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워홈 쪽은 구 전 부회장 쪽의 이러한 움직임을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아워홈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어 “위임장 등 적합한 기초 자료가 확인되면 지분 매각 절차에 대한 협조 의사가 있음을 2인 주주(구본성·구미현) 쪽에 수차례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아워홈 핵심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 쪽이 내세운 새 이사진 명단을 보면, 변호사·투자회사 출신 인사·회계사·소프트웨어 관련 종사자 등으로 식품업계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람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구본성·구미현 두 사람의 사내이사 임기만료가 7월 말로 임박하자, 임시주총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이사진을 꾸린 후 지분 대결을 통해 경영권을 빼앗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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