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현 부회장. 연합뉴스
창업자(구자학 전 회장)의 막내딸 구지은 부회장과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아워홈 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오빠인 구 전 부회장에 힘을 보탰던 장녀 구미현씨가 돌연 임시 주주총회소집 허가 신청을 철회하고 나섰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구미현씨는 이날 아워홈 쪽에 내용증명을 보내 “발신인(구미현)은 수신인(아워홈 대표이사 구지은)을 상대로 주주총회소집 허가 신청을 한 사실이 없고, 추가로 선임될 이사를 지정한 적도 없다”며 “담당 소송대리인으로 기재된 법무법인(유한) 세종에 대해 신청 취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증명은 임시주총 소집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한 아워홈 쪽에 보낸 답변으로,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과 함께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던 애초의 입장에서 사실상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구본성 전 부회장은 사모펀드를 앞세워 “장녀 구미현씨와 아워홈 보유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히고, 회사를 객관적으로 실사할 수 있는 이사들을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였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의 지분을 합하면 58.62%로 전체의 절반이 넘어 이 지분 전량을 확보하면 아워홈 경영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지금까지 구미현씨는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 번도 따로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었다. 따라서 이날 아워홈에 보낸 내용증명으로 미루어 서로 힘을 합쳤던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름 밝히길 꺼린 업계 관계자는 “구미현씨는 2017년 ‘1차 남매의 난’ 때 세 자매의 합의를 깨고 주총에서 돌연 오빠 편으로 돌아섰고, 지난해 ‘2차 남매의 난’ 때는 다시 막내인 구지은 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또다시 입장을 바꾼다고 해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아워홈 내부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가진 지분의 값을 높여 매각하려는 구미현씨와 지분 매각을 빌미로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동상이몽 때문에 결별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며 “구 전 부회장이 최근 ‘조건없는 진성 매각 추진 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구미현씨의 이탈을 막기 위한 액션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매각 주관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를 통해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티저레터(투자안내문)를 공개하고 “국내 2위 급식·식자재 유통업체 (주)아워홈의 경영권 지분(58.62%)을 거래 대상으로 바이-백(Buy-back) 등의 조건이 없는 진성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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