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정문에서 포스코홀딩스 쪽 경비요원과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첫 주주총회 시작을 앞둔 18일 아침 8시. 곧 주총이 열릴 포스코센터의 전체 출입구가 봉쇄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도 신원이 확인돼야 출입이 가능했다. 검은 양복과 코트를 입은 안전요원들이 출입문을 막고 있었고,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은 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포스코센터 후문에서 만난 한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소속 조합원은 <한겨레>에 “저희도 포스코 주주다. 주주총회 초청권을 받았다. 정문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후문으로 가라고 해서 왔더니 또 안된다면서 막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 동행한 전국금속노동조합 손상용 전략조직부장은 “포스코홀딩스로 바뀐 첫 정기주주총회다. 그간 노동자들하고 소통을 안 하고 있어서 설명을 듣고 싶어서 왔다. 특히 (포스코 쪽과) 불법파견 소송을 하고 있는데, 전향적인 입장이 없는지 질문하고 싶어서 왔다”고 답했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은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총 7차례에 걸쳐 총 900여명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1∼4차 소송에 참여한 직원들은 2심에서 승소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면 포스코는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한다. 사내하청지회는 이날 대법원 판결 전에 최정우 회장에게 2심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지 질의하기 위해 주주총회에 참석하려 한 것이다.
17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 회전문 출입문에 외부 출입을 막기 위한 구조물이 설치돼있다. 안태호 기자
포스코홀딩스는 노조의 집단행위가 타 주주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에 입장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주주의 권리 행사는 개별적인 권리인데, 개별 주주 차원이 아닌 일부가 무리를 지어 주위에 위협감을 조성하면서 타주주들의 출입을 방해하는 등 주총 진행에 차질을 일으켜 출입을 허가할 수 없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보내왔다.
지회 쪽 설명은 달랐다. 오히려 포스코가 다른 주주들의 불편을 유발했다고 반박했다. 손상용 부장은 “회사 쪽이 포스코 직원들과 다른 주주들마저 못 들어가게 막았다. 우린 들어가지 않을 테니 (다른 사람들을) 들여보내 달라고 했지만, 문을 걸어 잠갔다. 저분들(경비요원)도 권한이 없다고만 답했다”고 말했다. 이날 포항과 광양에서 상경한 조합원은 총 50명이었다.
회사는 이날 출입을 막아선 이유를 지회 쪽에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 노조는 발언권을 주는 조건으로 대표 한 두명만 들여보내주는 방법을 요청하려했으나 현장소통창구가 없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노무 담당자가 모두 지방에 있어서 대화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향후 기회가 되면 출입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포스코가 특정 주주의 주주총회 출입을 막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3월 포스코 주주총회에 참여연대가 참석하려 했다가 포스코 쪽이 막아선 탓에 주총장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참여연대 이지우 간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주주총회장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직접 확인만 하겠다고 하자 (주총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막았다. 엘리베이터도 꺼져있었다. 비상계단이 어딨느냐고 물었는데 포스코 직원분들인데도 모른다고 얘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주주총회는 이사회와 더불어 회사 의사결정의 가장 중요한 단위다.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훼방 놓는 건 상법에 위배되는 행위이고 심각한 방해 행위”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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