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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삼성 “투자·고용 확대”…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화답?

등록 2021-08-24 16:12수정 2021-08-25 02:20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삼성그룹이 24일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 자료를 내놓은 시각은 정오쯤이었다. ‘향후 3년 240조 투자, 4만명 고용’이란 비교적 굵은 내용에 어울릴 법한 사전 예고나 별도 배경 설명은 따로 없었다. A4용지 12매짜리 자료만 배포됐다.

삼성은 “코로나 이후 예상되는 산업·국제 질서, 사회구조 대변혁에 대비”하고 “전략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고용·기회 창출”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 쪽의 이런 공식적인 설명과 별도로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된 직후라는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올 법한 상황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돼 있던 이 부회장은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에 따라 지난 13일 풀려났다.

삼성 쪽은 이 부회장 가석방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년 전 ‘향후 3년 180조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그 기한이 다 된 데 따라 새로 발표한 것”이라며 “가석방 사안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갑자기 만들어낼 수 있는 계획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3년 전에도 이맘때인 8월에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 밝힌 투자 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3년 동안 180조원(국내 130조원) 투자를 완료했고, 이번에 ‘향후 3년에 걸쳐 240조원(국내 180조원)으로 늘려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삼성은 이날 발표문에서 반도체뿐 아니라 바이오 의약품, 백신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의 위탁개발생산(CDMO) 계획을 밝히고,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식으로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또 신규 고용 규모를 통상 ‘3년간 3만명’보다 늘려 제시하고 소재·부품 국산화와 선행 기술 지원을 위한 민관 연구·개발(R&D) 펀드를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비롯한 상생 방안을 포함했다. 반도체, 백신, 고용, 중소기업, 포용 성장 등 다양한 키워드와 연결되는 포괄적인 내용이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두고 나온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 당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은)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한 것을 두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 발언 모두 이 부회장에게 일정한 역할을 요구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이 부회장이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 제한’ 대상으로 묶여 운신의 폭이 좁았던 터라 이는 가석방 논란을 가열시킨 실마리였다.

삼성그룹은 이날 총량적인 투자 규모만 밝혔을 뿐 계열사별, 부문별 투자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얼개를 제시한 형식이라 장기에 걸쳐 짜임새 있게 마련한 내용인 것 같진 않았다. 또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를 목표로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지난 5월에 이미 발표한 내용이었다.

발표 내용 중 이 부회장의 메시지는 없었다. 선대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09년 말 특별사면 뒤 이듬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할 때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 당시 이 회장은 그룹 공식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강하고 적극적인 방침을 밝혔다. 두 달 뒤 삼성그룹은 50조원가량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별도 메시지가 없는 것은 ‘취업 제한’ 규정 위반 논란에 얽힌 것과 무관치 않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당일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하고 경영진한테서 현안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것을 두고 법 위반 논란에 휘말려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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