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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인공지능이 짠 일정대로 살지 않으려면

등록 2018-04-30 09:15수정 2018-04-30 20:48

지금은 국외로 나가면 핸드폰 시계가 저절로 바뀐다. 100여년 전만 해도 한 나라 안에서 시계 맞추기가 문제였다. <팀 하포드의 경제학 팟캐스트>에는 영국에서 엑서터 지역의 시간이 런던보다 14분 늦게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온다. 비슷한 경도에 위치하여 두 지역이 같은 시간대여야 하는데 서로 시간이 달랐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문제가 없었다. 교류할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지역이 철도로 연결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도착·출발 시각이 헛갈렸다. 철도 사고의 위험마저 생기자 영국은 ‘철도 시각’을 도입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도 오랫동안 시간 문제가 있었다. 일명 ‘코리안 타임’이다. 선진국에 비해 시간관념이 없다는 오명이었다. 생각해보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이 덜 발달했기 때문에 벌어졌던 일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서둘러 나와도 도착 시간 예측이 쉽지 않았다.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도착 예정 시간도 내비게이션 앱이 알려주니 지금은 옛날얘기가 됐다.

시간을 지키는 일은 중요 과제였다. 이제는 그 반대다. 특히 아이들은 한치의 오차 없이 시간을 지키고 있다. 촘촘하게 짜인 스케줄에서 한 발자국을 벗어나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수업시간에 늦으면 학원에서 바로 전화가 온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 역시 비슷하다. 인간 일의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이 덜어가면, 시간 오차가 줄어든다. 사람들은 일정표대로 일이 처리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학원 키즈’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인공지능이 계획한 시간대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된다. 시간이 확정된 과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일생이 이렇다면 삶이 무척 건조할 듯싶다. 아이들에게 시간이 달성해야 할 미션이 아니라 큰 흐름임을 일깨워줘야 한다. 그래야 쫓기지 않고 시간을 활용할 줄 아는 힘이 생긴다. 시간 흐름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역사 현장이 제격이다. 아들과 반 친구들과 함께 남한산성을 찾았다. 성곽을 둘러보며, 과거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내려오는 길에 아이들은 “현재의 남한산성인데도 과거를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시간의 흐름을 아는 아이들은 인공지능이 짜준 대로만 살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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