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천재 1명이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 산업계에서 상식으로 통용되어온 문구다. 밥 마이너는 단독으로 오러클 DBMS 버전1을 1년 만에 완성했다. 애플 컴퓨터 역시 스티브 워즈니악의 천재성으로 탄생하게 된다. 조직마다 천재를 모시려고 노력했다. 수십명 몸값도 아깝지 않았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은 더욱 그랬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한 사람의 능력 혹은 설계에 의해 소프트웨어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때가 아니다. 공개된 개발 소스로 제작된 소프트웨어가 숱하게 나온다. 공개된 소스에 흥미를 느낀 개발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태면 진화가 된다. 대표적 예가 리눅스다. 핀란드 출신 대학생 리누스 토르발스는 유닉스 기반으로 공개용 운영체제를 만들고 1991년에 일반에 공개했다. 무료로 공개된 리눅스 소스코드는 500만명이 넘는 프로그래머들이 협업하여 발전시키고 있다. 무려 5천년 이상의 맨이어(man-year)가 투입되었다. 한 사람이 5천년을 걸려 만들 수준의 소프트웨어가 된 것이다. 천재 1명 혹은 10명이라도 이 정도 규모의 프로그램은 만들 수 없다. 새로이 각광받고 있는 빅데이터 분야는 오픈소스 기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웬만한 소프트웨어는 협업과 응용의 산물이다.
최근 만난 스타트업 투자사 대표는 “스타트업에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가 있어도 협업 능력이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 그곳에 투자하기 어렵다. 오픈소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어지간해서는 혼자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피터 노왁은 <휴먼 3.0>에서 “랩과 힙합 음악이 기존의 노래에서 비트와 리프, 그외 샘플을 골라 새로운 사운드와 보컬로 믹스하는 것처럼 기술도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고 말했다. 천재들의 시대가 저무는 느낌이다. 천재성이 부족해도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협동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프로그래머는 뛰어난 개발력보다 협업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교육도 천재 육성보다 협업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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