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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아이가 ‘꿈이 없는 나는 한심한 거냐’고 묻는다면…

등록 2015-11-02 20:29수정 2015-12-01 09:11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요즘 아이들이 꿈 때문에 받는 압박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학교는 수행평가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꿈꾸기를 강요한다.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어느 학교에서는 시험 대신 모든 교과목에서 나의 꿈 찾기라는 주제로 수행평가를 일년 프로젝트로 진행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위한 각종 직업체험과 직업박람회가 다양하게 열리지만 꿈이라 쓰고 직업이라 읽는 장래희망서 작성은 학기마다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든다. 국제중·특목고 진학을 위한 꿈의 자소서 작성 웹특강까지 가세하면서 꿈 강박은 온·오프라인에 걸쳐 점점 강화되고 있다.

아이들 꿈은 시간에 맞춰 수행해야 할 숙제나 평가의 대상이 아니며 장래의 직업과도 같지 않다. 여느 아이들처럼, 장래희망을 써내야 하는 아이가 시무룩하게 묻는다. 유별나게 잘하는 것도 없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아직 없는, 그래서 꿈이 없는 자신이 한심한 건 아니냐고. 아이에게 더 열심히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 대신 지금은 ‘그런 꿈’이 없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라고 말해준다. 유망한 직업을 향한 효율적인 진로 로드맵을 짜고 화려한 스펙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은 꿈이 아니라 조기 구직활동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필립 브롬버그는 좋은 부모란 아이의 핵심자아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여러 상태 사이에서 협상하면서 그 사이를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리적·문화적 경계가 뒤섞이는 복잡한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갈 아이들을 위한 부모 역할은 단일한 자아상을 갖고 빨리 나아가도록 재촉하는 데 있지 않다. 꿈은 미래에 도착할 예정지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동사이며, 천 번의 실수를 할 기회가 있다고 믿는 아이가 소중한 꿈을 품을 수 있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속도 경쟁이 맹렬한 디지털 시대에 아이에게 장래희망이라는 꿈을 가지라는 무자비한 격려 대신, 부모인 나 역시 지금의 내 꿈에 대해 고민중이라는 솔직한 고백을 건네 보라. 꿈 압박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아이 얼굴에 같은 편을 만나 웃음이 번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hlude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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