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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기술에 통제 당하지 않으려면…‘똑똑한 선택’이 답

등록 2015-05-13 20:26수정 2015-05-15 08:30

[27돌 창간 기획]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휴먼테크놀로지 왜 필요한가
kimyh@hani.co.kr
kimyh@hani.co.kr
최신형 스마트폰은 처리 속도 2기가헤르츠(㎓)대의 컴퓨터 두뇌가 들어 있다. 1969년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성공시킨 아폴로 11호에 탑재된 컴퓨터에 비해 2000배 이상 강력한 성능이다. 인터넷은 전세계의 방대한 정보와 사람을 연결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를 누구나 손에 쥔 채 살고 있는 디지털 세상이다. 직관적 사용자환경 덕분에 스마트폰은 아이도 곧바로 작동시킬 수 있는 편리한 기기다. 스마트폰은 강력한 성능과 쉬운 사용법을 갖췄지만, 동시에 사용자가 가장 이해하지 못한 채 깊이 의존하고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는 사용성이 뛰어나지만 복잡한 설계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기술이 지닌 장점과 편익에만 주목하고 의존할 뿐, 새로운 기술 사용이 중장기적으로 끼칠 다양한 영향까지 생각하기 어렵다.

디지털 기술은 속성상 다기능과 복잡성, 지배적 사업자 위주의 경쟁 환경으로 인해 사용자보다 개발자나 기업의 필요를 앞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구글 안경이나 스트리트뷰, 아이폰 위치정보 수집 사례처럼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는 최신 기술도 흔하다. 기술 위주와 경쟁 중심의 디지털 개발 환경에 인간 중심적, 사람 친화적 가치가 요구되는 이유다.

기술은 경쟁과 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되지만 결국 설계 의도에 따른다. 기술 스스로 완성을 추구하는 게 아닌 만큼, 기술에 대한 개발자와 사용자의 요구와 기대가 반영된다. 자동차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안전도는 더 높아졌다. 초기에 비해 동력장치와 제어기술도 개선됐고, 편리와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됐다.

기술경쟁은 더 강력한 성능·기능에
더 많은 데이터를 추구하지만
스트리트뷰·위치정보 수집처럼
사용자를 배려않는 경우도 흔하다

디지털 기기·서비스에 의존도 높아
효과가 뛰어난 약품일수록
오남용 막을 복약안내 필요하듯
사용자 주권 보호가 절실하다

기술과 제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해당 품목은 새로운 기준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식품에 관한 정보가 대표적이다. 식품 포장지에 표시되던 정보는 제조사, 유통기한, 가격 위주였다. 하지만 소비자의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높아지면서 달라졌다. 성분별 정보와 영양 정보를 상세히 표시하도록 법규가 바뀌었고, 최근에는 특정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정보까지 담는 제품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하드웨어 기반의 제품은 구체적 형태와 기능이 겉으로 보이기 때문에 해당 기술이 지닌 편리함과 위해성이 쉽게 드러난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가 핵심인 디지털 제품은 다르다. 편의성과 위험성이 잠재적이다.

장점은 업체에 의해 적극 홍보되지만, 잠재적 위험성은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효과가 뛰어난 약품일수록 오·남용을 막기 위해 부작용과 복약 안내가 충실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는 어떤 도구보다 강력하고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사용자 주권과 보호가 요구되지만, 현실은 불모지에 가깝다. 더욱이 사용자는 서비스 업체와의 관계에서 기본적으로 정보 비대칭 상황에 놓인다.

스마트폰 대중화 사회에서 사용자 주권은 더욱 중요해졌다. 기술 보급 초기 단계이지만, 더욱 현명하고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한 계약 동의, 개인정보 접근, 강제적 푸시알림, 사용자 선택권 배제, 업체에 유리한 초기설정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자 권리의식이 요구된다. 사용자가 충실한 정보를 제공받고 선택권을 부여받은 ‘똑똑한 선택’(informed choice)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은 애초에 없던 기능이나 선택권도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설정’을 변경함으로써 손쉽게 추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를 쓴 미국의 미디어비평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디지털 기술에 열광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제대로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디지털 기술의 설계에 관여할수록 기기는 더욱 인간적 행태를 반영하는 쪽으로 진화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사는 부설 사람과디지털연구소를 통해, 디지털시대 사용자 주권을 알리고 강화하는 일에 나설 계획이다. 3월과 4월에 연재한 기획기사 ‘정보주권, 알아야 누린다’ 시리즈에 이어, 오는 6월18일에는 사람 친화적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선정해 시상하는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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