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미국 엔비디아(NVIDIA)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의존하지 않고도 초거대 인공지능(AI) 언어모델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경기도 성남시 엔에이치엔(NHN)클라우드에서 제3차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를 열고, ‘케이(K) 클라우드 프로젝트’ 1단계 착수 보고회를 했다. 이날 행사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 사피온코리아·퓨리오사에이아이·리벨리온 등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엔에이치엔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케이티(KT)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기업 관계자들이 두루 참석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 추진 방안을 처음 밝힌 케이 클라우드 프로젝트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클라우드 플랫폼 실증과 수출을 위한 레퍼런스(시장 검증 사례)를 확보하는 걸 목표로, 2030년까지 총 8262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1단계로 올해부터 총 1천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실증하고, 2단계로 2028년까지 저전력 지능형 반도체(PIM)를, 3단계로 2030년까지 극저전력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한다.
과기정통부는 1단계로 국산 신경망처리장치를 활용한 대규모 공공·민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한다. 올해 376억원가량을 투자하기 시작해, 2025년까지 총 1천억원가량을 투자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 칩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신경망처리장치의 시장 검증 사례를 빠르게 확보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신경망처리장치가 비교적 비용과 전력을 적게 소모한다는 점에서 고비용·고전력 구조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 가속화 플랫폼 ‘쿠다’를 대체하기 적합하다“며 “특히 대규모 데이터 연산이 필요한 생성형 인공지능 학습 목적이 아니라, 이미 학습을 끝낸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우엔 신경망처리장치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1단계 사업에선 민간과 공공 양쪽 부문에 총 연산용량 39.9PF(페타플롭스)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이 각각 이뤄진다. 네이버클라우드·엔에이치엔클라우드·케이티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기업들과 리벨리온·사피온코리아·퓨리오사에이아이 등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 업스테이지·라온로드·노타 등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데이터센터 구축과 칩 공급, 클라우드 플랫폼 및 인공지능 서비스 상용화 등 역할을 분담한다.
‘케이 클라우드 프로젝트’ 1단계 국산 신경망처리장치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개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지난 20여년간 세계적인 선두 자리를 지켰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아직 실력과 성과가 약한 상황”이라며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 쪽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기업들은 이날 협력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인공지능 반도체-클라우드-엣지 컴퓨팅-인공지능 서비스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선도적인 과제를 적극 발굴하고, 공동 연구, 인프라 활용, 정보 공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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