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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당신의 추억을 위해 써보겠습니다!’…인공지능과 더불어 사는 법

등록 2023-06-12 09:00수정 2023-06-12 09:16

조카가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이 녀석 행동이 맹랑했다. 체험학습에서 내준 글짓기 숙제를 챗지피티(GPT)에게 시켰단다. 조카는 제시된 주제를 챗지피티에게 묻고, 챗지피티의 대답을 토씨 하나 안 빼고 그대로 제출했다. 이를 본 다른 친구들도 글짓기를 멈추고 휴대폰을 열어 챗지피티를 쓰더라며 조카는 재미있어 했다.

글쓰기 숙제를 챗지피티에 시키고 있는 조카의 스마트폰 사진 캡처
글쓰기 숙제를 챗지피티에 시키고 있는 조카의 스마트폰 사진 캡처

고민이 됐다. 조카를 칭찬해야 할지 혼내야 할지. 나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테다. 인공지능 춘추전국시대다. 챗지피티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일상에 들어와 있다. 숙제를 대신해 주는 건 애교에 가깝다. 과학 논문을 요약해주고, 코딩도 척척 해낸다. 보고서부터 소설·영화도 인공지능이 너끈히 만든다.

기술 울렁증이 있는 내 친구도 얼마 전 챗지피티 덕분에 벽을 깼다. 친구와 커피를 마시면서 인공지능이 화제로 올라왔다. 친구에게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직접 챗지피티에게 질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 상호와 친구 이름을 대고 몇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대답이 매번 달랐다. 처음 물었을 때 챗지피티는 친구 이름 “○○○는 ○○○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라고 대답하더니, 두 번째엔 갑자기 “한국의 유명 소설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챗지피티의 ‘환각’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챗지피티의 엉뚱한 답변에 우리는 한참을 깔깔 웃고 헤어졌다.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열렸을 때도 전세계가 들썩였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고 들뜬 목소리도 있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거란 걱정의 목소리도 많았다. 법률, 의학, 경제 등 위협받지 않는 전문직이 없을 거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판사 대신 인공지능이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출판계에선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과 관련된 책이 쏟아졌다. 인공지능이 중요한 결정하는 인공지능이 ‘정답’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7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과 직접 대화를 나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의 답변을 오롯이 믿지는 않는다. 챗지피티의 엉뚱한 대답에 웃어 넘기기도 하고 유용하고 제대로 된 답변에 경탄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두렵거나 인간을 위협할 거라는 생각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조카가 인공지능에게 과제를 대신해달라고 부탁했다면, 나는 주로 비문이나 오타를 찾아달라고 하거나 긴 영문글을 한국어로 요약해 달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도 비슷했다. 스마트폰이 인간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인간을 지배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지만, 그 때문에 ’울렁거릴’ 필요는 없다. 더불어 공존하는 친구이자 도구로 곁에 두면 되니까. 평범한 사람들도 이제 ‘슬기로운 인공지능 생활’을 누릴 때다.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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