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현재 네이버웹툰 플랫폼에 ‘보이콧’을 검색하자 <인공지능 웹툰 보이콧>이라는 제목 작품 80여건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웹툰 화면 갈무리
“많은 콘텐츠 창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다른 사람의 인공지능 저작물의 소스(재료)로 쓰일 수 있다는 데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를 개발한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그레그 브로크먼 사장은 한국을 방문해 지난 9일 대담을 하는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조경현 뉴욕대 교수 등과 함께한 대담이 끝날 무렵, 청중석에 앉아있던 한 여성이 손을 든 것이다. 네이버웹툰 직원이라고 밝힌 그는 인공지능에 대한 창작자들의 두려움을 전하며 “창작 서비스에 생성형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물었다.
그의 질문에 대해 그렉 브로크먼 사장은 “창작자들은 생성형 인공지능 발전에 아주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또한 콘텐츠 창작자들이 혜택을 얻어 가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브로크먼 사장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비티에스)를 예로 들며, “누군가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비티에스 스타일 노래를 만들었다면, 그로 인한 혜택을 비티에스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콘텐츠 (저작권) 소유자들이 이득을 챙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과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오른쪽)와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공동창업자가 2023년 6월 9일 서울 여의도동 63스퀘어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 주최로 열린 '파이어사이드 챗 위드 오픈AI' 대담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IT 업계 종사자 및 기업인, 대학생 약 1천 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의 방한을 계기로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과 창작자의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 ‘도전만화’에는 이달 초 ‘인공지능 웹툰 보이콧’ 제목 만화 80여편이 잇따라 올라왔다. 웹툰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누구나 이 플랫폼에 작품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다른 창작자 권리를 침해하는 인공지능 웹툰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웹툰 이용자 가운데도 자신들이 돈을 주고 사서 본 작품이 다른 작품의 저작권을 훔친 작품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 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지난달 공개한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의 화풍이 컷마다 다르고 손가락 표현 등이 부자연스럽다는 점을 근거로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작사가 나서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후보정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용자들은 낮은 별점을 매기며 반감을 거두지 않았다.
네이버웹툰 쪽은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지상 최대 공모전’에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금지하겠다”고 입장을 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는 못한 상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법적 해석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공식 가이드라인이 없지만, 내부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기술을 창작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선 작가도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이현세 작가는 재담미디어와 협업해, 지난 44년간 그린 4174권 분량 만화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고 있다. 자신이 사망하고 난 뒤에도 자신의 세계관뿐 아니라 화풍까지 인공지능이 따라 그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작가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작을 올해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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