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영국 정부 주관의 인공지능 안전 정상회의에서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왼쪽)이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 회의는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그에 대한 국제적 조율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보름 뒤 올트먼은 오픈AI 이사회에서 해고되었다가 5일 만에 복귀하기로 했다. 밀턴케인스/EPA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갑자기 해고됐다는 소식에 전세계가 떠들썩했다. 다음날 이사회에서는 복귀 논의를 다시 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샘 올트먼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이사회와 합의를 이루지 못해 본인과 그렉 브록먼 등 선임 연구원들이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의 납득할 수 없는 결정에 700여명 오픈에이아이 직원은 퇴사하겠다는 성명서를 냈다. 22일 오후엔 샘 올트먼이 복귀하고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된다는 속보가 나왔다. 5일 만에 드라마처럼 진행됐다.
이사회는 챗지피티를 출시해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던 올트먼을 갑자기 왜 해고했을까?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사회는 블로그에 “솔직하게 소통하지 않아서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라는 글만 올렸다. 이사회 멤버였던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에이아이 수석과학자는 “반드시 필요한 조처라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극단적인 조처를 취했다”고만 설명했다.
이사회는 올트먼 퇴출이 일파만파가 될 것이라는 걸 예측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퇴출 카드를 썼을까? 샘 올트먼이 외부 투자를 받아 엔비디아와 맞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을 만들려다가 이사회와 갈등이 빚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회사 대표가 사업을 확장하는데 이사회가 반대한다고? 이사회가 미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오픈에이아이는 영리를 위해서 만든 기업이 아니다. 인류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비영리단체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2019년 비영리단체 오픈에이아이는 영리법인인 ‘오픈에이아이 글로벌’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곳은 오픈에이아이가 아니라 자회사인 오픈에이아이 글로벌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약 17조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올트먼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었던 이유이다. 오픈에이아이 글로벌은 이익제한기업으로 지주법인인 오픈에이아이의 통제를 받는다. 오픈에이아이 글로벌은 일정 금액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면 초과분을 비영리법인인 오픈에이아이에 넘겨야 한다. 투자자의 수익도 정해진 배수 이상을 낼 수 없다.
한 언론은 이번 사태를 다룬 기사에 ‘5일 만에 끝난 이사회의 쿠데타’라는 제목을 달았다. 쿠데타는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권한이나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다. 오픈에이아이 이사회는 당초 영리가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기업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부여받은 권한을 정당하게 이행했을 뿐이다.
기술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샘 올트먼은 복귀하면 이사회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 내부조사에 응하겠다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픈에이아이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오픈에이아이가 초창기 오픈소스 등 데이터 자원을 공유하겠다고 했으나 최근에는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픈에이아이가 아니라 닫힌 에이아이로 이름을 바꾸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기업이 아니라 공공재로서 인류에게 유익한 기술을 만드는 위대한 비영리법인이 되겠다는 설립 취지를 돌아봤으면 한다.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