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공정위는 가맹택시 ‘카카오티 블루’에 승객 호출을 몰아주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한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연합뉴스
택시 호출 앱 ‘카카오티(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기사들에게 승객 호출을 몰아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맹택시 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지배력은 커졌지만, 승객들은 오히려 먼 곳의 택시를 배차받는 등 불편이 커졌다는 것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심사지침’이 마련된 뒤 나온 첫 처분인만큼, 이를 계기로 경쟁 당국의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14일 가맹택시 ‘카카오티 블루’에 승객 호출을 몰아주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한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다만, 위법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판단해 형사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티 블루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맺은 택시로, 일반 앱 호출만 이용하는 비가맹택시들과 달리 가맹 호출을 받아 영업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3월20일부터 2020년 4월 중순까지 호출 승객과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비가맹택시보다 더 멀리 있는 가맹택시를 우선 배차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면, 4분 이내에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비가맹택시가 있어도 6분 거리에 있는 가맹택시를 우선 배차해주는 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먼 거리에 있는 가맹택시에 우선 배차를 해주는 원리 모형도. 공정위 제공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 4월 중순 이후에는 호출 수락률에 따라 우선 배차가 이뤄지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했다. 승객 호출 수락률이 높은 택시기사(40% 기준)가 수락률이 낮은 기사보다 더 많은 배차를 받게 한 것이다. 하지만 수락률 기준 배차 방식은 한건의 호출을 여러 명이 동시에 받는 비가맹택시보다 인공지능(AI) 추천으로 한건씩의 호출을 받는 가맹택시 기사에게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이에 대해 현직 택시기사들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5명의 비가맹택시 기사에게 동일한 호출이 전달되면 1명을 제외하고 4명은 호출을 거절한 게 되지만, 가맹택시 기사들은 1건의 호출을 받아 거절하지만 않으면 자동배차되는 구조여서 수락률이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에서도 가맹택시 수락률은 70% 안팎이지만, 비가맹택시는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수락률을 의도적으로 조정해 가맹택시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2020년 8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택시 호출 수 감소로 비가맹택시 기사 수락률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수락률을 기존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한 게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가맹택시 운임 수익을 늘리기 위해 2020년 2월부터는 가맹택시에 운행거리 1㎞ 미만 호출 배차를 제외하거나 축소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이 2019년 11월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엔 “너무 (가맹택시에) 압도적으로 몰아주는 행태가 되면 말이 나올 수 있다”, “가맹기사 수 느는 것에 대비해서 이 정도면 준수하다” 등 의도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가맹택시 우선 배차 문제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공정위 제공
공정위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카카오모빌리티에 “60일 안에 일반호출 알고리즘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수락률에 기반해 배차를 하는 경우에는 수락률을 공정하게 산정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가맹택시 기사의 수입 증가로 가맹택시 수가 늘면서 시장에서 카카오티 블루 지배력이 크게 강화된 결과로 이어졌다”며 “압도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가맹택시 기사를 우대한 행위는 택시가맹 시장과 일반호출 시장 경쟁 모두를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점유율은 2019년 14.2%에서 2021년 73.7%로 급증했고, 2021년 기준 일반호출 시장 점유율은 94%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이번 처분은 공정위가 지난달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을 규제하는 심사지침을 발표한 뒤 내린 첫 번째 플랫폼 제재 사례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뒤 공정위가 규제책 마련에 공을 들였다. 유 국장은 이번 처분에 대해 “플랫폼의 다면적 특성과 자사 우대 행위의 지배력 전이 등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의 주요 쟁점을 모두 드러낸 사건”이라며 말해, 향후 플랫폼의 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의지를 갖고 있음을 밝혔다.
카카오모빌티리티는 공정위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인공지능 배차 로직이 승객의 편익을 증진한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고, 일부 택시 사업자의 주장에 따라 제재 결정이 내려져 유감”이라며 “공정위 오해를 해소하고, 현장에서 애써온 기사님들의 노력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행정소송 제기 등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공정위 심의에 앞서 “배차 알고리즘에 차별 요소는 없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대한교통학회 추천을 받은 외부 전문가 5명으로 자체 위원회를 구성해 “배차 알고리즘 소스코드(설계도)를 검증했지만, 일반·가맹택시를 차별하는 로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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