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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덩치만 커진 도시를 ‘사람 중심’으로…농민공 정착 관건

등록 2015-06-30 17:18수정 2015-06-30 17:18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중국의 지속가능발전 도시정책
농민공(農民工), 다궁메이(打工妹)…. 우리말로 풀면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주력이다. 동시에 이들은 열악한 도시 변두리 지역에 살면서 심각한 빈부격차와 도농 불평등 구조 등 고속성장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의 대도시들은 세계의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복합적인 도시화의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 등 내부 문제뿐 아니라 이웃나라들에 악명을 떨치는 스모그 등 국제 환경문제까지 다양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지난 30년간 양적 성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을 추구해왔다. ‘도시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들은 실질 수요를 고려하기보다는 대규모 재개발과 새도시 조성을 통한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며 지역총생산(GRDP)과 재정 확대에 몰두했다. 급격한 도시화는 덩치만 커졌지 도시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문제로 귀결됐다. 건물들이 계획 없이 우후죽순 지어졌고 유휴토지 면적은 날로 증가했다. 도시의 건설 면적이 급속히 확장됐지만 도시 인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도시 인구는 늘어났지만 심각한 빈부격차로 내수시장 확대의 한계도 나타났다.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도시의 토지 개발 및 이용 비율과 인구의 도시화 비율, 즉 도시용지증가탄성계수가 1~1.2 사이일 때 ‘합리적인 도시화’로 판단한다. 중국의 경우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토지의 도시화율’이 ‘인구의 도시화율’보다 1.85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신형도시화계획에 2020년 비전 담아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2013년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의 새로운 도시화 정책 방향을 담은 ‘국가신형도시화계획’을 발표했다. 국가신형도시화계획은 ‘사람 중심 도시’, ‘지속가능한 발전’에 핵심 목표를 두고 기존의 ‘물적 도시화’에서 ‘인적 도시화’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까지 상주인구 기준 도시화율을 60%로, 호적인구 기준 도시화율을 45%까지 늘려 농민 약 1억명을 도시 인구로 편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중국의 상주인구 도시화율은 53.7%, 호적인구 기준 도시화율은 36%로, 선진국(80%대)은 물론 개발도상국(6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소속 도시 및 소도시개혁발전센터의 리톄 주임은 “국가신형도시화계획은 토지제도, 도시 투자 및 융자 제도, 호구제도, 세수 등 중국의 다양한 제도개혁과 연관되는 종합적이고 대대적인 도시계획”이라고 평가했다.

호구제도 개혁이 성공적 이행 선결과제

중국의 도시 전문가들은 신형도시화계획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선결과제 중 하나로 호구제도 개혁을 꼽고 있다. 도시 호적이 없는 농민공들은 각종 사회보장 및 공공복지 혜택에서 소외된다.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사회복지보험에 가입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월평균 3290위안(우리돈 59만원)을 버는 이들에게 복지보험 가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로 약 2억7000만명의 농민공 중 사회복지보험 가입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사회과학원 환경도시개발연구소의 천잉 교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당장 모든 농민공에게 동등한 복지 혜택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며 “개별 농민공의 취업 및 거주 기간, 잠재력 등을 고려해 도시별로 구체적인 정착 기준을 제정, 발표해 점차적으로 농민공의 도시 정착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의 토지문제도 중국의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주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촌 단위로 집단 소유하는 중국의 농촌 토지는 자유로운 매매가 불가능하다. 주민들은 사용권만 갖고 있으며 개인당 사용할 수 있는 농지 면적 또한 적다. 토지를 개발하려면 지방정부가 직접 매입해야 하며, 사용권만 갖고 있는 주민들은 개발 이윤을 나눠 가질 수 없다. 이러한 토지 소유 구조는 기계화·규모화된 농업 발전을 가로막고, 농민들이 농촌을 버리고 도시행을 택하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리톄 주임은 “정부는 농촌 토지를 도시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토지를 둘러싼 다양한 정치경제적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우선적으로는 도시 용지의 집약화와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신형도시화계획의 구체적 실행을 위해 시범도시 62곳을 선정했다. 중소형 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의 지정학적 환경, 경제발전 정도를 고려해 선정된 곳들이다. 이 도시들은 앞으로 △농민공의 도시민화를 위한 부분적인 호구제도 개편 △농민공의 공공사회복지서비스 개선 △도시개발 관련 재정제도 개편 등의 정책을 시범적으로 실행하게 된다.

항저우 ‘무료 공공자전거’ 우수사례 꼽혀

지속가능한 환경과 사람 중심의 도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중이다. 지난해 중앙정부로부터 ‘저탄소 도시화 중점 도시’로 선정된 항저우시의 경우, 도시 전역에 무료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2011년까지 대중교통 중점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 전역에 2700개의 자전거역과 6만5000대의 자전거를 설치했다. 항저우시는 올해 말까지 10만대의 자전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항저우 시민들은 공공자전거 대여 포인트를 만들어 무료나 아주 적은 비용으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영국 <비비시>는 공공자전거 서비스가 우수한 글로벌 8대 도시 중 하나로 항저우를 선정하기도 했다.

베이징/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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