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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경제력 중심서 벗어나 삶의 질 고민하자

등록 2015-06-30 17:16수정 2015-06-30 17:18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어떤 도시가 ‘강한 도시’인가
오늘날 도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도시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다. 지구화의 영향으로 세상은 하나의 경계 안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움직인다. 이러한 단일 영향권의 형성은 인류 공동체 형성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피할 수 없는 글로벌 경쟁 환경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나의 국가 수준에서 벌이는 내부 경쟁이 아니라, 세계 도시와 경쟁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마치 미국의 보스턴이 뉴욕·시카고뿐 아니라 중국 상하이, 일본의 도쿄까지 염두에 두고 더 나은 도시를 추구하는 것처럼 우리의 도시들도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도시 경쟁력은 일차적으로는 세계 도시들이 다차원의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의 의미를 갖지만, 궁극적으로는 도시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도구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도시 경쟁력은 역사적이고 시간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개념이며, 도시 경쟁력을 측정하기 위한 여러 평가 시스템 역시 시간적·상황적 측면을 고려해 경쟁 환경의 다차원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오늘날의 도시 경쟁력은 도시간 비교의 기준으로 지표를 설정하고 그에 적합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숫자로 표현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어디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인가’ 혹은 ‘도시·국가 경쟁력 지수’ 등이 바로 경쟁력 지표 체계다. ‘우리 도시가 전세계에서 경쟁력이 몇 등이다’라고 언론 등을 통해 발표된다. 한국 사회처럼 ‘등수’에 민감한 사람들은 우리 도시가 세계에서 몇 등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곤 한다.

도시 경쟁력 지표 체계를 분석해보면, 오늘날 도시 경쟁력을 강화 또는 약화시키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도시 경쟁력은 곧 ‘경제 경쟁력’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성장이 바로 그 도시의 경쟁력이었다. 그런데 최근 도시 경쟁력 기준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경제지표가 중요한 바로미터임에는 틀림없으나 ‘양적 성장’만이 모든 도시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양적 성장을 넘어서’,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즉 국내총생산 등 경제지표로 한 사회의 발전 정도를 측정하던 프레임에서 벗어나, 삶의 질이나 행복, 사회통합, 사회자본 등의 요소가 주요 변수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엔이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계획’(Better Life Initiative)에서는, 개별 국가의 성장과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적 문제제기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사회는 전후 수십년 동안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동안 사회의 불확실성은 증가하고 사람들은 더 불안해졌으며,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악화되고 정부에 대한 신뢰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연 우리에게 한 사회의 발전과 경쟁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묻는다.

영국에서 더 나은 사회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시민 수십만명이 참여해 ‘이웃 소속감’이나 ‘위험할 때 도와줄 사람이 있는가’ 등 관계와 거버넌스 영역을 제시하거나,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민주적 참여나 커뮤니티의 활력 등을 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가능케 하는 경쟁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역시 오늘날 도시 경쟁력 기준의 다차원성을 나타내는 사례들이다.

도시 경쟁력 패러다임 변화와 연관해 덧붙이고 싶은 것은 도시의 미래 변화를 반영한 기준 설정과 도시의 적응이다. 오늘날 사회의 10여년은 과거 시대의 몇백년에 상응할 만한 많은 변화를 야기한다. 우리가 불과 몇십년 전까지 인터넷이 가져온 현재의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인류 전체의 역사에 비춰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 인류를 전혀 다른 삶의 궤적으로 옮겨 놓고 있다.

미래학자 존 네즈빗은 “미래사회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예측은 새로운 창조의 길, 기회의 시대로 이끌어 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 도시의 미래 경쟁력 기준이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도시들이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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