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을 듣던 시청자가 “어떤 기업이 자신에 유리하게 환율을 조작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경제 규모가 작을 때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경제규모가 컸을 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대답을 하는 이유는 아래의 ‘그림’을 통해 충분히 설명이 된다. 아래 ‘그림’에서 경상수지는 파란 선으로 표시되어 있고,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붉은 선인데 1997년 이전에는 이 두 변수가 매우 강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
쉽게 이야기해,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환율이 상승했다. 경상수지의 외환시장 영향력이 컸던 이유는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이 제약되는 등 우리나라 금융시장 문이 외부에 닫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시장이 개방된 다음에는 경상수지와 환율의 연관은 매우 약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2015년이다. 당시 1059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그 해 연말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75원까지 급등했다. 이런 기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매도 때문이었다. 아래 ‘그림’의 파란 선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누적)를 의미하며, 붉은 선은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을 표시한다. 2015년 5월부터 12월 사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13조8000억원을 매도하는 사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72원에서 1175원까지 상승했다. 물론 2018년에도 마찬가지로, 외국인이 1~10월 중 6조2000억원을 매도하는 가운데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67원에서 1140원까지 상승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2017년 기준 글로벌 연기금의 자산은 45조 달러이며, 보험이나 뮤추얼 펀드 등 다른 운용자산까지 포괄할 경우 글로벌 자산 운용 규모는 132조 달러에 이른다.* 참고로 한국 GDP 규모가 1조5000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운용 자산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등 이머징 시장에 투자를 시작할 때 떨어지며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머징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때 상승한다. 물론 이 모든 움직임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글로벌 달러가치의 흐름에 달려 있다. 아래의 ‘그림’에 잘 나타난 것처럼, 달러강세는 신흥국(EM)과 선진국(DM) 자산 수익률의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을 결정짓는 요소는 ‘글로벌 자금의 이동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달러의 가치 변화 방향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에는 미국 등 선진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반대로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에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돈이 움직인다. 이런 금융 및 외환시장의 흐름을 감안할 때, 개인 혹은 기업이 환율의 방향 및 수준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Willis Towers Watson(2018.2.4), “Global Pension Assets Study ? 2018”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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