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0일,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워낙 많은 관계자들이 ‘금리인상’ 언급을 했던 터라 금리인상 당일 금융시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금리인상의 타이밍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곱씹을 대목이 존재한다.
이 대목에서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최근 경기 여건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성장률의 탄력이 꽤 둔화되었다. 예를 들어, 한국 경제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 기준, QoQ)은 2018년 1분기 1% 성장한 이후 2분기와 3분기에는 모두 0.6%를 기록했다.
물론 10월 및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기록해, 한국은행 목표 수준에 도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물가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최근 유가(서부텍사스 중질유, WTI)가 고점에 비해 거의 50% 폭락했기에, 수입물가의 하락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여건도 좋지 않고 물가 압력도 낮은데, 한국은행은 왜 금리인상을 단행했을까? 결국 혐의는 ‘서울 주택가격 상승’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2018년 11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2%나 상승했으니, 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주택가격 상승이 한국은행의 핵심 목표인 ‘물가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큰 연관을 발견하기 힘들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14~2016년이다. 당시 전국 주택가격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5%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으나, 소비자물가는 0%대 행진을 벌인 바 있다. 반면 2008~2009년은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환율 급등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한 때 6% 가까이 상승했지만,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금리인상이 주택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아래 첫 번째 <그림>은 2000년 이후 정책금리와 주택가격 상승률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첫째 이유는 금리인상이 ‘경기 여건이 좋을 때’ 단행되는 경향에 있다. 2000년대 중반이 좋은 예로, 당시 한국 경제는 중국과의 교역이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외환위기 이후 가장 좋은 경기 여건을 기록한 바 있다. 성장세가 높아지고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면, 주택 구입 여력이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의 악영향을 구매력 증가가 상쇄시켰다고 볼 수 있다.
금리인상이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둘째 이유는 정책금리의 변화가 시장금리와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장기금리는 2018년 상반기를 고비로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중인데, 이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경제성장 탄력이 둔화되고 더 나아가 물가전망이 하향 조정되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시장금리 하락은 가계 대출금리의 조정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중평균 가계대출 금리 동향에 따르면, 2018년 5월 3.75%에서 10월에는 3.62%까지 떨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기존 대출자들 입장에서는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금리 부담이 높아질 여지는 있다. 그러나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 더 나아가 절대적인 금리 레벨이 대단히 낮다는 것을 감안할 때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책의 ‘타이밍’만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로 돌아서던 2018년 상반기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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