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앞을 공안이 순찰하고 있다.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현지 수요 침체와 수출 부진이 겹친 탓이다. 산업연구원 중심으로 이뤄진 공동 실태조사에서 3분기 들어서도 매출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4분기 전망 또한 어두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엄격한 봉쇄 조처,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 중국한국상회가 공동으로 중국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분기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69였다. 전 분기 64보다 약간 높아지긴 했지만 기준점(100)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9월1~28일에 걸쳐 이뤄졌으며, 7개 업종 211개 기업이 응답했다. 경영실적, 판매, 비용, 경영환경, 애로 요인 등을 조사해 산출한 이번 경기실사지수는 0~200 사이 값으로 100 미만(이상)이면 해당 항목에 부정(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 수가 많다는 뜻이다.
세부 항목별 업황을 보면, 매출 경기실사지수는 74로 전 분기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설비투자 지수는 전 분기 95에서 94로 떨어졌다. 현지 판매(78)나 영업환경(69) 지수는 세 분기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역시 기준점을 밑돌았다. 11개 세부 항목 중 기준점을 웃돈 경우는 인건비(128), 원자재 구입(121)뿐이었다.
이들 기업의 4분기 전망 경기실사지수는 85로 전 분기 때(100)보다 대폭 떨어졌다. 부문별로 매출 전망 경기실사지수는 전 분기 114에서 95로 떨어지며 전체 업황 지수와 더불어 세 분기 만에 100 아래로 하락했다. 현지 판매(96), 설비투자(93), 영업환경(82) 전망 지수도 100 아래로 나타났다. 11개 세부 항목 중 기준점을 웃돈 경우는 업황 조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건비(129), 원자재 구입(127)뿐이었다.
경영 애로 사항으로는 현지 수요 부진(28.0%)과 수출 부진(14.7%)을 주로 꼽았으며, 원자재 문제라는 응답은 8.5%로 전 분기(18.5%)보다 줄었다. 산업연구원은 “제조업과 유통업에서 모두 현지 수요 부진과 수출 부진에 따른 어려움이 전 분기보다 가중된 반면, 원자재 관련 문제의 어려움을 꼽은 비중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 원자재난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제조업에서 금속기계, 자동차, 화학 등 분야에선 현지 수요 부진의 어려움이 많아지고, 수출 부진에 따른 어려움은 전기전자, 금속기계, 자동차 등에서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현지 기업의 업황·전망 모두 어둡게 나타난 것은 중국 경제 전반의 침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1일 내놓은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2%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7월 전망 때보다 0.1%포인트 낮다. 코로나19 봉쇄 정책, 부동산 경기 침체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따른 미·중 갈등 격화가 여기에 겹쳐 있다. 중국의 내년 성장 전망치 역시 지난 7월 전망(4.6%)보다 낮은 4.4%로 제시돼 있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