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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왜 인플레가 사라졌을까?

등록 2018-09-06 10:39수정 2018-09-06 11:04

Weconomy | 홍춘욱의 시장을 보는 눈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더 나아가 국제유가마저 70달러 선을 위협하는데, 인플레 압력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농산물 및 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0.9%에 그쳤다.

인플레 압력이 낮아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국제적인 경쟁 압력’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미 그리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차례대로 체결되면서, 국내보다 해외의 물건값이 쌀 경우에는 ‘직구’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좋은 예다.

지난 2분기 온라인을 이용한 해외 직접 구매액은 6869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분기에 비해 29.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에서의 직구가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53.1%)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국에서의 직구 비중이 2017년 2분기 11.4%에서 2018년 2분기 17.3%로 상승하는 등 다변화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표1. 국가(대륙)별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

(단위: 억원, %,%p) 출처: 통계청(2018.8.2), “2018년 6월 온라인쇼핑 동향 및 2/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및 구매 동향”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를 약화시킨 또 다른 이유 역시 ‘국제적인 경쟁 압력’에서 찾을 수 있다. 2018년 상반기까지의 ‘사업체 규모별’ 임금 통계를 살펴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 월 평균 임금은 543만 9000원을 기록한 반면 1~4인 사업장의 임금은 단 2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장의 월 평균 임금을 기준(100)으로 했을 때의 상대임금 추세 역시, 2011년 38.2에서 2018년 상반기 36.8로 떨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표2. 사업체 규모별 임금 추이]

출처: 통계청.(※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내수경기의 부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들의 유입이 크게 늘어난 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국제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2017년 단 한 해 동안의 인구 순 이동만 무려 10만700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참고로 이 숫자는 90일 이상 초과 체류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기에, 체류자의 증가 규모는 이 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외국인 입국자의 연령 분포를 살펴보면, 20대가 15만4000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30대(10만2000명)였다. 또한 입국자의 체류 자격을 살펴보면 단기가 38.6%로 가장 많지만, 그 다음을 취업(26.7%)과 유학(12.8%)이 잇고 있었다. 결국, 구직자를 손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의존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근로자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제적인 경쟁 압력의 ‘인플레 억제’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바로 ‘생산성의 향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KOSPI 200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015년 113조원을 바닥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2016년에는 134조원 그리고 2017년에는 무려 178조원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2017년 전체 영업이익의 1/3 이상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 의해 달성되었는데, 이들이 이토록 거대한 성과를 거둔 이유는 해외의 ‘호경기’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생산성의 향상 노력이 동반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업들이 해외의 강력한 경쟁자에 맞서 싸우고 또 기술 혁신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향상되며, 생산성의 향상은 다시 물가의 하향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상과 같은 ‘국제적인 경쟁 압력’이 물가의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최저임금의 인상폭, 그리고 상가 임대료의 수준, 더 나아가 환율의 변화도 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국제적인 경쟁 압력’의 힘이 더 우세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표3. 한국 노동생산성 vs 소비자물가 상승률]

출처: IMF, ILO.(※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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