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발간한 책 “인구와 투자의 미래”에서 한국 주식과 미국 국채에 분산해 투자하는 전략이, 수익률도 꽤 높으면서 안정성도 높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후 대중을 상대로 한 강의를 갈 때마다 자주 받는 질문이 바로 “금은 자산 배분의 대상으로 적합한가”이다.
1971년 닉슨 쇼크가 있기 전까지, 자본주의 역사 200년 내내 금이 화폐의 가치를 보증하는 수단으로 쓰였음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금은 자산배분의 대상으로 그렇게 적합하지 않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수익률이다. 아래의 <그림>은 1871년 이후 주요 자산의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데, 압도적인 주식의 투자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1871년 이후 미국 S&P500 지수의 연 평균 주가 상승률은 6.1%이며, 배당을 포함한 수익률은 7.4%에 이른다. 반면 금의 연 평균 투자 수익률은 단 3.9%에 불과하다.
7.4%와 3.9%의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150여 년에 걸쳐 투자하면 아래와 같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낳게 된다. 만일 1871년 1달러를 미국 주식에 투자한 다음, 나오는 배당을 계속 주식에 재투자했다면 3,841달러로 불어난다. 반대로 1달러어치 금을 사서 광에 놓아두었다면, 그 금의 현재는 58달러에 불과하다. 참고로 같은 기간 물가가 29배 상승했으니, 실질 수익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즉, 금은 ‘인플레의 위험을 헷지’하는 기능 말고 자산 증식의 기능은 전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출처: 제레미시겔(2015), 세인트루이스 연준.
금 투자의 두 번째 문제점은 한국 주식이랑 관계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자산배분을 통해 성과를 내려면 가격의 변화 방향이 반대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래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 종합주가지수(KOSPI)와 국제 금값의 변화는 방향이 비슷하다. 참고로 1980년 이후 두 자산의 상관계수는 0.2에 이른다. 물론 변화의 방향은 같지만, 수익률은 하늘과 땅 차이가 발생한다. 1980년 이후 금의 연 평균 수익률은 4.1%에 그친 반면, KOSPI는 14.3%에 이른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바로 ‘배당’ 때문이다. 일부의 성장주를 제외하고 기업들은 이익이 나면 배당을 지급하며, 배당을 다시 재투자함으로써 주식 투자자들은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물론 배당이 지급되지 않으면, 이 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
그러나 아래의 <그림>이 보여주듯, 한국 기업들은 꾸준히 이익을 내고 또 배당을 지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날이 배당금 지급 규모가 늘어나는 중이다. 예를 들어 1990년에는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6조원 그리고 배당금은 1조원 대에 그쳤던 반면 2005년에는 순이익 60조 배당금 11조원 수준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7년에는 순이익이 124조원 그리고 배당금 22조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앞으로 계속 한국 기업의 이익이 늘어날지는 불확실하다. 누차 이야기했듯, 한국경제는 선진국 경기의 사소한 변동조차 큰 폭의 수출 변동으로 이어지는 나라이기에 언제든 기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앞의 <그림>에서 지적했듯, 한국주식 가격과 국제 금 가격의 변화 방향이 동일하기에 이 역시 ‘금 투자’가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금 투자의 세 번째 문제는 높은 거래 비용이다. 아래의 ‘그림’은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 펀드의 성과와 국제 금 가격의 추이를 보여주는 데, 상장지수 펀드의 성과가 금 가격 변동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상품’ 투자에 따르는 각종 비용 때문이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자산들은 거래 비용이 매우 낮은 반면, 원유나 금 같은 실물자산은 높은 거래 비용을 수반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울러 한국에서 ‘금’에 투자할 경우, 주식이나 채권 등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세율을 부담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금은 매우 매력적인 금속이며, 인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희소성과 역사성으로 인해 높은 값에 거래될 가능성 또한 높다. 그러나 이런 특성이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잊지 말자.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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