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투자자들 입장에서 ‘분산투자’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투자론 교과서에서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분산 투자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주식과 채권의 투자 조합인데, 아래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자산배분의 효과는 거의 0에 가깝다.
그림을 해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상향하는 ‘선’의 제일 끝 부분은 각각 주식에 100%, 그리고 채권에 100% 투자했을 때의 결과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그림’의 우상단)에 100% 투자했다면, 연 8.7%의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수익률의 표준편차는 15.5%에 이른다. 이 숫자를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주식에 전 자산을 투자하면 연 8.7%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대신 수익률 변동성이 커서 대략 10년에 3년 정도는 -6.8% 이하의 성과를 기록하며 특히 20년에 한번 정도는 -22.3% 이하의 수익률을 기록한다.(KOSPI의 연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한다는 가정하에 이뤄진 계산으로,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 마디로 주식에 전 재산을 올-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반면 채권은 주식과 정반대다. 채권에 전재산을 투자한 사람(‘그림’의 좌하단)은 연 5.7%의 수익을 거두는 대신, 수익률의 표준편차는 3.7%에 불과하다. 주식투자에 대한 비유를 그대로 적용하면, 채권에 투자하면 대략 20년에 한번 정도 수익률이 -1.7% 선 이하로 떨어진다.
아래의 ‘그림’은 지난 15년 동안의 한국 주요 자산의 수익률을 보여주는데, 국공채는 2005년 단 한번 마이너스 수익률(-1.1%)을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KOSPI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다면 그는 15년 중에 5차례나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을 것이다. 특히 그 가운데 -10%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경우는 2003년과 2008년 등 2차례나 된다.
한국의 주식과 채권은 물론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주식은 수익률과 투자의 위험이 모두 높은 상품이며, 반대로 채권은 수익률과 투자의 위험이 모두 낮은 상품이다. 따라서 자기 투자 성향에 따라 두 자산에 알아서 투자하면 끝일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한국과 주식과 채권에 나눠 투자할 경우, 분산 투자의 이점을 거의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산투자의 이점이란, 변화 방향이 다른, 다시 말해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위험은 낮추고 수익을 크게 개선시키는 것을 의미한다.(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는 X와 Y라는 두 변수가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는지 측정하는 통계지표로, -1에서 +1 사이에 위치하는 값을 가진다. 예를 들어 -1의 상관계수가 나온다면 매우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반대로 +1의 상관계수가 나온다면 매우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문제를 아래의 ‘그림’을 통해 살펴보자. 먼저 상관계수가 1이면서 투자의 성과와 위험이 동일한 투자 A와 B가 있다고 가정하면, 두 자산을 50대 50으로 섞어 투자한들 분산투자의 효과는 ‘0’에 가깝다(아래 ‘그림’의 점선). A투자가 좋은 성과를 기록할 때 B투자도 좋은 성과를 기록하며, 반대로 A투자가 부진할 때에 B도 부진하니 둘을 함께 투자한들 별 다른 이점이 있을 수 없다.
반면 상관계수가 -1, 즉 자산의 변화 방향이 반대로 움직이는 대신 자산의 수익률과 위험이 동일한 투자 C와 D를 대상으로 분산 투자하면 그 결과는 180도 달라진다. C투자의 성과가 개선될 때 D투자의 성과는 부진하며, 반대로 C투자의 성과가 악화될 때 D투자는 승승장구하여 분산 투자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수익률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위 아래의 변동성은 제한되어, 말 그대로 ‘마음 편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아래 ‘그림’의 점선).
그러나 한국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은 상관계수가 -0.02에 불과해, 위의 투자 사례처럼 분산 투자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여러 자산 중에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자산, 바로 환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환율과 주식의 상관계수는 -0.67에 달하며, 아파트가격과 환율의 상관계수도 -0.28을 기록하고 있어 ‘분산투자의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그럼 왜 한국의 주요 자산, 특히 아파트와 주식 등 이른바 위험자산은 환율과 마이너스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이 주제에 대해 다음 시간에 살펴보기로 하자.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