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참고로 최근 미국 주택가격의 동향을 살펴보면, 이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고점을 넘어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신규주택, 다시 말해 새로 지은 집의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선지 오래되었다. 신규주택 매매가격(중간 값 기준)은 2007년 3월 26만3천 달러가 역사적인 최고치였지만 2010년 10월 20만4천 달러까지 폭락했다가 줄곧 상승해, 2017년 8월 현재 31만4천 달러에 도달했다.
출처: 미 상무성(Bureau of Census), 전미 중개인 협회(NAR).
이상과 같은 부동산가격의 상승은 일단 우리 경제 입장에서 ‘호재’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건설투자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며, 주택 보유자들의 소비심리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진국 소비심리의 개선은 한국 수출 상품의 수요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다.
실제로 아래의 ‘그림’처럼, 소비자신뢰지수와 주택가격의 연관이 나날이 커지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돌려 이야기하면,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 소비심리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미국 주택가격은 어떻게 될까? 2008년 같은 폭락의 위험은 없는가?
이 의문을 답하는 데 도움되는 지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전미 중개인 협회(NAR)에서 추계하는 ‘구매여력지수(Homebuyer Affordability Index)’로, 이 지표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택가격의 80%를 대출받아 구입한다고 가정했을 때(LTV 80%), 중위소득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부담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 값이 상승할수록 가계의 주택구입 여력이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음. 예를 들어, 120포인트는 가계의 소득으로 주택담보대출 금액(=주택가격의 80%)의 120%를 부담할 수 있음을 뜻함.
간단하게 말해, 전체 가계를 1등부터 100등까지로 구분한 다음 50등에 해당하는 가계의 소득 수준에 기반해 주택가격이 비싼지 아니면 충분히 구매 가능한지를 측정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참고로 2006년 6월 구매여력지수는 101포인트에 불과했지만, 2013년 1월 구매여력지수는 214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가장 최근 수치(2017년 7월)는 148포인트로, 2013년 1월에 비하면 크게 낮지만 반대로 2006년 6월에 비해 40% 이상 높은 숫자다. 구매여력지수가 처음 발표된 1989년 1월 이후의 평균(139포인트)과 비교해봐도 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아직 미국 가계는 주택을 구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금리 급등에 따른 부동산 붕괴 위험은 없나?
물론 구매여력지수는 ‘주택가격’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는다.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이하 ‘모기지금리’)가 치솟는 경우, 중간 소득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비용이 상승하며 구매여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만 본다면, 아직 그 위험은 낮아 보인다. 왜냐하면 정책금리와 모기지금리의 차이가 아직 상당히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7년 7월 정책금리는 5.25%, 그리고 30년 만기 모기지금리는 6.50%로 금리 차이는 1.25% 포인트에 불과했다. 따라서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이하 ‘연준’)가 정책금리를 올리면, 모기지금리도 끌려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2017년 8월 미 정책금리는 1.25%인 반면 30년 만기 모기지금리는 4.11%로 금리 차는 2.86% 포인트에 달한다.
결국 미 연준이 현 수준에서 정책금리를 아주 많이 인상하지 않는 한 모기지금리가 크게 상승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최근 발표된 공개시장위원회(이하‘FOMC’) 보도문에서도 미 연준 관계자 대부분은 연 2~3회 수준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2018년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히는 등 급격한 금리인상의 위험이 낮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출처: 전미 중개인 협회(NAR), Bloomberg.
출처: 미 모기지은행 협회(MBA), Bloomberg.
‘단서’를 많이 단, 매우 단기적인 전망에 불과하다는 점도 잊지 말자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이 모든 판단이 ‘현재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다. 2018년 2월로 종료되는 옐런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누가 올지 모르며, 또 그 후임자가 ‘점진적인 금리인상’의 기조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주택가격이 완만한 상승세에서 벗어나, 연 20% 이상 급등할 경우에는 미국 가계의 구매 여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결국 시장 이코노미스트의 경제 예측은 매우 시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3년 혹은 10년 뒤의 미래에 대해 강한 어조를 이야기하고 단언하는 것은, 적어도 금융시장에서 매일처럼 과거 전망이 틀린 것을 확인하는, 시장 이코노미스트에게는 ‘금기’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