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은행 직원이 주가지수와 환율이 표시된 전광판을 지나고 있다.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는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와 유가 등 원자재가격 하락 등으로 대부분 하락세를 나타냈다.
“FOMC 금리인상, 외국인 자금 유출 촉발할 것”
인터넷 서핑 중에 본 글의 제목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저런 논지로 쓰인 글을 본 것 같다. 물론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한국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될 수 있으니 잘 대비하자. 특히 금리가 급등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마음은 이해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에 몸담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입장에서 보면 ‘절박감’은 전달되나 ‘공감’은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매우 중요한 이벤트임이 분명하나, 그게 한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은 미국의 정책금리 변화와 한국에서의 외국인 채권 순매수 동향을 보여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채권투자의 동향과 정책금리 사이에 어떤 뚜렷한 연관을 찾을 수 있는가?
자료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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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같은 신흥시장(Emerging Market)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은 미국 정책금리의 변화보다 다른 변수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아래의 그림은 신흥국 국채의 가산금리(EMBI Spread)와 한국에서의 외국인 채권투자 순매수를 보여준다. 위의 ‘그림’보다 훨씬 일목요연한 관계가 나타난다.
신흥국이 발행한 국채의 가산금리가 축소되면, 한국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출현한다. 반대로 신흥국 국채의 가산금리가 급등하면(2014년 하반기~2016년 초), 외국 채권 투자자금의 대거 유출이 발생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일단 한국이 아직 신흥국 시장으로 간주된다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낙인(Stigma)’이 사라지지 않은 것. 더 나아가 아직 본격적으로 글로벌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외환보유고 다변화의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는 것 등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며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때 채권 순매수가 늘어나는 나라다. 반대로 생각하면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고 국제 상품가격이 폭락하는 국면에는 외국인 채권 순매도의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
이상의 분석에서 드러나듯, ‘미국 금리인상=외국인 자금 유출’ 같은 간단한 등식으로 세상이 설명될 수 있다면 세상의 채권투자자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이 그렇게 골머리를 앓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그럴듯한 이론이라 해도, 현실의 잣대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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