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15일 동안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되었다. 기존에는 0.50~0.75%였던 것이 0.25%포인트 인상되어, 0.75~1.00%가 되었다. 금리인상의 이유에 대해, 옐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이하 연준) 의장은 “튼튼한 경제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기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게 FRB의 목표를 달성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미국 경제 여건이 좋아져서 금리를 인상해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금리를 인상해야 하나?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간명하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고금리를 노린 자금의 이탈 때문에 환율이 급등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한번 살펴보자. 아래의 <그림>에서 붉은선은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이며, 파란선은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의 변화를 나타낸다
1998년 이후의 환율만 표시한 이유는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시장에서 환율이 결정되는’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금리가 인상될 때, 한국 외환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미국 정책금리가 인상될 때마다,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떨어진다. 다시 말해 원화 강세가 출현한다. 1999~2000년, 그리고 2004~2007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폭락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2003~2004년,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하했다!
한국은행이 연준 따라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 싶어, 살펴본 결과는 예상과 딴판이다. 가장 대표적인 시기가 2003~2004년으로,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때 한국은행은 오히려 금리를 인하했다. 당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했던 것은 카드 사태 영향으로 신용불량자가 5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05년 8월에는 한국과 미국 정책금리가 역전되었지만,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자제하고 내수경기 부양에 주력했었다. 이 결과, 한국의 민간소비는 2003년 마이너스 성장(-0.5%)에서 벗어나 2004년 0.3% 그리고 2005년 4.4%로 회복될 수 있었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되었던 시기, 환율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아래 <그림>에서 붉은 선은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그리고 파란 선은 한국과 미국 정책금리의 차이를 나타낸다. 즉 파란 선이 상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정책금리가 미국보다 높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현상을 알 수 있다.
2007~2008년처럼, 한국의 정책금리가 미국보다 월등히 높아졌을 때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급등했다. 반면 2004~2006년처럼, 미국보다 한국의 정책금리가 낮아졌을 때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락했다.
금리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될 때,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변동환율제도’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변동환율제도에서는 환율에 정부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정부의 의사 이외에 수많은 시장 참가자들의 매매가 반영된다. 예를 들어 2005년처럼 한국보다 미국 정책금리가 높아졌더라도, 한국 수출기업들이 장사를 잘하거나 혹은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열정적으로 매입하는 경우에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이후 3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무려 3.2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리고 한국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7년 2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0.2%나 늘어났다.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 정책금리가 인상된다고 해서 한국이 꼭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라마다 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고정환율제도와 달리, 변동환율제도에서는 ‘금리’ 이외에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다. 2005년처럼,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되어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락한 사례가 있었던 것을 잊지 말자.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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