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소득 주도 성장이다
④ ‘자영업 위기’ 풀자
자영업자 빚 353조
‘숨은 대출’ 포함땐 규모 더 커
전체 가계부채 문제의 ‘숨은 뇌관’
④ ‘자영업 위기’ 풀자
자영업자 빚 353조
‘숨은 대출’ 포함땐 규모 더 커
전체 가계부채 문제의 ‘숨은 뇌관’
자영업자들은 소득부진 장기화 탓에 막중한 빚 부담에 짓눌려 있는 경우가 많다. 임금노동자에 견줘 빚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데다 갚아야하는 상환 부담도 더 크다.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 문제의 ‘숨은 뇌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이 이운룡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총 대출 규모는 353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올해 1분기 기준 1025조원)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로 분류되는 144조1000억원에다 금융권 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 209조5000억원을 더한 수치다.
실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자영업자들이 사업자금 등 구체적 용도를 밝히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을 받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영업 대출 집계를 내기가 어렵다”고 말햇다.
임금노동자에 견줘서도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많은 편이다. 2013년 기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경우 평균 부채는 8859만원으로 상용직 임금노동자(6154만원)에 비해 2705만원이 더 많았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상용직은 1.7%에 그친데 비해 자영업자는 11.3%에 이르렀다. 소득에 견준 부채 부담은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연간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을 비교해보면, 자영업자가 153.8%인데 비해 상용직은 88.2%, 임시일용직은 88.6%에 그쳤다. 가처분소득 대비 대출원리금 상환비율(DSR)도 자영업자들이 26.3%, 상용직은 17.2%로,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임금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이 유지되는 반면, 자영업자는 내수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득의 등락이 크고 채무상환능력도 미약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금융대출이 있는 가구로 한정할 경우,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의 가구당 가계부채가 1억16만원으로 임금근로자 가구의 5169만원의 두 배 가량에 이른다. 김 연구원은 특히 자영업자 가구의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자영업자의 신용대출액은 2012년 1327만원에서 지난해에는 1678만원으로 26.4%가 늘었다. 일반적으로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5.85%로 주택담보대출 금리(3.75%)나 예·적금 담보대출 금리(4.28%)보다 높기 때문에 이자부담이 더 크다.
자영업의 대출을 늘리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진입 문턱인 창업비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의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자영업자의 평균 창업비용은 2010년 6570만원에서 지난해 7257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치킨집과 제과점, 호프집, 음식점 등이 몰려 있는 음식·숙박업에선 창업비용이 같은 기간 7540만원에서 9234만원으로 연평균 7.0% 증가했다. 창업 뒤에도 경영상 자금부족으로 대출은 계속 늘어난다.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유정완 책임연구원은 “임금근로자는 신용등급 4등급 이상인 부채보유자가 다수 분포돼 있는 반면에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5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이 높고 소득창출 능력이 낮은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 빚을 진 사람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김광석 연구원은 “자영업자 가운데서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가구의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 속도도 가파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과도한 부채에 의존해 성급하게 창업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 가구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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