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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정규직-비정규직만큼 ‘깊은 골’

등록 2014-07-21 21:05수정 2014-07-23 15:17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구직 희망자들이 채용공고 안내문을 휴대폰으로 찍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구직 희망자들이 채용공고 안내문을 휴대폰으로 찍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이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줄여야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00년대 초반 현대차 정규직의 75%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당시 현대차 1차 부품협력업체 임금은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보다도 낮게 조사됐다. 2차 부품협력업체 임금은 사내 하청의 절반에 그쳤다. 후속 연구가 없지만 상황은 지금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중화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연구한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산업의 도급구조와 노동시장의 계층성’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고용이 거의 보장된 완성차업체 및 대규모 부품업체 정규직 노동자들과 달리,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나 소규모 또는 2~3차 부품업체 노동자들은 임금 수준 및 고용보장 정도가 매우 낮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의 ‘계층화’ 또는 ‘분절체제’로도 불리는 이런 특징은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기업 내에서 직종별, 학력별 격차가 1987년 이후 크게 줄었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커졌다”며 “이게 다시 문제가 되니까 기업들이 아주 소수를 제외하곤 과거 해왔던 단순노동을 사외 하청 등에 내맡기는 식으로 자꾸 기업 밖으로 밀어내면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된 까닭은 양쪽의 임금 지불 능력의 차이가 계속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00~2009년 현대기아차와 그 하도급업체 간 연평균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을 비교해봤더니, 각각 5.44%와 3.51%로 나타났다.

대기업-중소기업 사업체·노동자 비중과 임금격차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중소기업 임금 1994년 대기업의 77%
지난해엔 62%까지 떨어져

대기업, 하도급 이용하는 전략
값싼 인건비에 기대 일자리 질 낮춰
사회 양극화 초래 원인

원청이 물건을 팔아 더 많은 이익을 내는 이런 재무구조는 비단 현대·기아차만의 사례는 아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연평균 13.2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하도급업체의 6.71%를 크게 웃돌았다. 이들 하도급업체 이익률은 부침이 있으나 200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하락 추세를 보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 등의 원사업자는 하도급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만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납품단가를 조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2000년대 전반에 견줘 후반에 더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대기업들이 핵심 인력은 직접 고용하는 반면에 그 밖의 단순인력은 하도급기업을 통해서 간접 관리하는 전략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노동시장이 중심과 주변으로 이중구조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뿐만 아니라 매출 등 성장 지표의 격차도 커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과제 가운데 하나로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꼽으면서, “중소기업의 생산성(총요소생산성 기준)은 2005년 이전까지 대기업에 견줘 다소 높았으나 이후엔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생산성 하락은 결국 중소기업의 이윤구조를 압박해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상승 능력을 떨어뜨린다. 김상조 교수는 “(하도급구조가) 대-중소기업 간 상호협력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 측면보다는 중소기업의 저렴한 인건비에 기초한 대기업의 가격경쟁력 확보 측면에 더 강조점이 놓여 있다. 이는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고용의 질을 떨어뜨림으로써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는 한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일자리 질의 하락은 임금 격차 확대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임금은 1994년 대기업의 77% 수준이었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 추세를 이어가다 2007년엔 65%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바탕으로 한 이 통계는 2007년 통계 개편으로 이후 연속된 흐름을 볼 순 없다. 새로운 방식의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임금은 지난해 대기업의 62% 수준이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사회지표의 변화’란 제목의 논문에서 이들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종업원수 300인 이상 대기업과 300인 미만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확대돼 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는 적정 납품단가 보장 등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꾀하지 않으면 해소되기 어렵다. 임금노동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노동자란 점을 고려할 때, 대기업의 독식을 막는 것은 단순히 대-중소 간 공정경쟁질서 확립 차원을 넘어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소기업에서 다시 가계로 소득이 흘러가도록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류이근 김경락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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