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위·금감원·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실손의료보험(실손) 보험료가 평균 1.5% 인상된다. 지난 2018년 동결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의 인상폭이다. 그러나 세대별 인상폭 차이가 큰데다, 갱신 주기에 따라 누적된 보험료가 반영될 터라 실제 가입자의 체감 인상폭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18일 내년도 갱신 보험료 인상률이 평균 1.5% 수준으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실손 보험료는 2019년 평균 6%, 2020년 7%, 2021년 12%, 지난해 14.2%씩 가파르게 오르다가 올해 8.9%로 상승세가 둔화했는데, 내년엔 인상률이 더 큰 폭으로 꺾이는 셈이다.
세대별로는 2009년 10월 이전에 계약이 이뤄진 1세대(구실손) 보험료가 유일하게 평균 4% 인하된다.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는 평균 1%, 3세대(2017년 4월∼2021년 6월)는 평균 18% 각각 인상된다. 4세대(2021년 7월 이후)는 동결된다.
내년도 실손 보험료 평균 인상률이 근래 최저 수준으로 조정된 건 보험업계가 금융당국의 강력한 상생 금융 요구에 호응한 결과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10개 주요 보험사 대표를 소집해 “보험 계약자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데 이어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내어 “국민의 의료보험료를 경감하기 위해 보험업계가 조만간 자동차, 실손의료 보험료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말이 자발적인 조치지 당국에서 상생 금융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보니 부담스럽지만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업계가 알아서 ‘잡음이 나지 않을 수준’으로 보험료 조정안을 마련하다 보니 예년보다 갱신 보험료 조정안이 일찍 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실손 보험자들이 체감하는 조정안은 제한적일 수 있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2세대 선택형 상품(전체 실손 가입자의 40.9%)의 경우 갱신 주기가 3년인데, 내년 인상률이 1%대여도 직전 2개년 인상분을 합치면 최종 갱신 보험료 인상폭은 훨씬 크기 때문이다. 1·3·5년으로 갱신 주기가 제각각인 1세대 보험도 마찬가지다. 내년 보험료가 인하됐어도 과거 누적된 인상분이 더해지면 최종 보험료는 오르는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1세대 가입자(가입자 비중·20.5%)보다 많은 3세대 가입자(23.9%)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인상률을 적용받게 되는 점도 체감 효과를 반감 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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