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매출액이 2개 분기(올 2∼3분기) 연속 1년 전보다 줄었다. 올 3분기 매출액증가율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3분기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외감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지난 2분기(-4.3%)에 이어 감소세를 지속했는데 감소 폭이 더 커져, 2020년 2분기(-10.1%) 이후 최저치다. 외감기업은 자산규모 120억원 이상 등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법인으로 이번 조사 대상은 2만2962곳이다. 다만 표본조사라서 매출액 규모는 파악되지 않는다.
반도체 수출 부진 여파가 컸다. 반도체 수출이 줄면서 기계·전기전자업의 매출액증가율이 -8.8%로 직전 분기(-15.4%)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자동차 수출 증가세도 주춤하면서 관련 자동차·운송장비업 매출증가율이 지난 2분기 23.7%에서 3분기에 10.0%로 둔화한 것도 전체 기업의 성장성을 끌어내리는데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기업 수익성도 저하됐다. 올 3분기 전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0%로 1년 전(4.8%)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계절성을 고려해 전년과 견줘 비교한다. 기계·전기전자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기계·전기전자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8.7%에서 올해 3분기 0.9%로 크게 떨어졌다.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은 소폭 개선됐다. 외감기업의 3분기 부채비율은 90.2%로 2분기(90.8%)에 견줘 내려갔다. 차입금의존도도 3분기 25.9%로 2분기(26.0%) 대비 하락했다. 한은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영업 채무가 감소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단기 차입금 상환 등으로 인해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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