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세계 반도체 경기 개선과 주요국의 신성장 산업 투자 확대에 힘입어 우리나라 수출이 내년 하반기까지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4일 발표한 ‘최근 수출 개선 흐름 점검 및 향후 지속가능성 평가' 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내년에도 꾸준히 회복 탄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등으로 고대역·고용량 제품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부터는 그간 부진했던 컴퓨터와 스마트폰용 수요도 점차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의 신성장 산업 투자 확대도 수출의 호재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과 유럽이 핵심 소재·부품의 자체 공급망 강화와 첨단산업의 안정적 생태계 구축을 위해 투자를 대규모로 확충하면서 우리 수출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 선진 경제권의 고금리 장기화로 전통 내구재나 의류 등 준내구재의 수출 여건은 다소 악화할 것으로 한은은 우려했다.
한은은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내년에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간재 자급률 상승에다 최근 부동산 경기 및 투자 위축에 따른 성장구조 전환 등으로 중국의 성장에 따른 수입유발 효과가 축소되고 있다”며 “대중 수출이 갑자기 절벽처럼 꺾이지 않겠지만 우리 경제가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누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대중 수출 비중은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 2018년 26.8%에 이르렀던 대중 수출 비중은 2021년까지 25%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22.8%로 뚝 떨어진 뒤 올해 들어서는 11월까지 19.8%로 축소폭이 더 확대됐다. 한은은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을 소비재 중심으로 확대하는 한편,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구조 개선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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