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는 가계대출은 정부의 주택 관련 정책금융 확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마저 허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부채 위험이 다시 불거지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한은의 통화정책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9일 한은의 분기별 자금순환표와 가계신용 통계 등을 종합하면, 올해 2분기(4~6월) 중 국내 가계부문(소규모 사업자와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자금순환표 기준)에서 대출금과 정부 융자 등으로 늘어난 부채는 12조5천억원으로, 직전 분기의 6조원 감소에서 급반전했다. 2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총액(2218조원)의 비율은 101.7%를 기록하며, 2021년 3분기 105.7%를 정점으로 올해 1분기 101.5%까지 꾸준히 떨어지던 추세가 틀어졌다.
가계부채 반등 흐름을 이끈 것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공적 주택금융이다. 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정책모기지와 신용보증 등으로 은행권을 통해 공급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올해 들어 급증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한은 가계신용 자료에서 6월 말 기준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주담대 잔액은 220조6천억원으로, 2분기 중 10조6천억원 증가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두 기관의 주담대 증가액이 19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증가액(8조4천억원)의 2.3배에 이른다. 두 기관의 정책금융 증가분을 제외한 다른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1642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말(1666조4천억원)보다 24조2천억원이 적다. 정부의 주택 관련 정책금융 확대가 가계의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흐름을 방해했다는 반증이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의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 금리도 가계부채의 누증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특히 한은이 올해 2월 이후 연 3.5%인 기준금리를 묶어둔 뒤로 주담대의 평균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상대적인 금리 이점이 커졌다. 예금은행 주담대의 월별 금리(신규취급 기준)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기준금리와 2%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였으나 올해 1월 1%포인트 격차가 무너진 뒤 8월 0.81%포인트 차이로 붙었다. 심지어 대기업 대출 금리와의 격차는 지난해 10월부터 역전돼 올 8월(0.86%포인트)까지 11개월 연속 주담대가 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등에서 “2분기 이후 주담대 위주로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정책 효과가 약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과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을 중점 점검하고 정책모기지 등의 공급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정책 당국 간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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